지나친 코로나19 ‘거리두기’…사회적 ‘혐오’로 변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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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코로나19 ‘거리두기’…사회적 ‘혐오’로 변질 우려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0.03.15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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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로 인해 디지털 ‘감시’ 더욱 심해져
지나친 거리두기로 직장 내 소통 단절 고심
외국선 ‘동양인 거리두기’로 변질…혐오 증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혐오’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혐오’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간의 거리를 최소화 하고 학교 폐쇄, 직장 폐쇄, 직장 재택근무, 자가격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바이러스 이동경로를 차단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와 상관없이 지나친 거리두기가 혐오와 감시로 작용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회사들이 많아졌지만 한국 특유의 상하관계 직장문화가 디지털 감시로 작동해 고통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27)는 회사차원에서 재택근무가 실시돼 온라인 사무 프로그램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상사가 5분에 한번 지시하는 메시지를 보내 업무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사무실에서 상사들은 업무를 전달 한 후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을 눈으로 확인 할 수도 있고, 오전이나 오후에 열리는 상황회의를 통해 일이 어느 정도 진전이 됐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며 “재택근무는 상사들이 이를 확인을 할 수 없으니 계속 일을 준다던가, 평소보다 일을 더욱 재촉한다던가 하는 사태가 벌어져 직원 입장에선 재택근무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답했다.

직원간의 커뮤니티를 원천 차단하고 공용공간을 폐쇄해 감염을 줄이고자 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B씨(32)는 미국에 있는 본사 방침이라고 하지만 지나친 거리두기로 인해 오히려 사람간의 단절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그는 “본사 지침사항에 따르면 회사 내 카페테리아를 폐쇄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이야기를 금지시키고, 회의실 같은 밀폐된 공간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해, 요즘 출근 후 직원들과 커뮤니티 하는 것 자체가 겁이 날 정도다”며 “이처럼 지나친 거리두기가 나중에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 서로 간에 거리가 멀어지는 결과로 작용할까봐 무섭다”고 우려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가 불러온 공포가 잘못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변질되면서 ‘인종차별’을 야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국인 여성이 위협을 당한 데 이어, 10일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BC뉴스는 10일 오전 9시 30분쯤 맨해튼 웨스트 34번가에서 23세 한국인 여학생이 동양인 혐오 범죄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피해 학생은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떤 여성이 쫓아와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종차별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는 역겨운 사건”이라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증오 범죄 전담반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뉴욕은 아시아 공동체와 함께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밀라노 인근에서 한인 민박을 운영하는 C씨(47)는 평소에 자주 다니던 식료품점에 들렀다가, 집시 무리들이 그를 두고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소리치며 욕설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너무 무서워서 핸드폰 동영상으로 뒤를 쫓아오는 그들을 촬영하면서 왔다”며 “최근 이탈리아 등지에서 많은 아시아인들이 혐오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런 일을 직접 겪어본 입장에서 너무 불쾌하고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백인들 사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아시아 확산과 유럽 내 확산에 대한 확연히 다른 태도를 알 수 있는 사례들도 등장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서는 ‘프레이 포 이탈리아(Pray for Italy)’ 해시태그 운동이 한창이다. 그러나 유럽 내 아시아계 커뮤니티에선 이를 두고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유럽으로까지 확산하기 전에는 동양인을 바이러스로 취급하는 등 ‘그들과 거리를 두고 혐오해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정작 유럽 및 미국으로 확산하니 위로를 해달라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는 지난달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유럽은) ‘혐오와 인종주의의 광란이 춤추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면서 “모든 아시아인들을 잠재 보균자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거는 인종주의적 광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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