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 구멍 뚫린 ‘클러스트 감염’…보건당국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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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구멍 뚫린 ‘클러스트 감염’…보건당국 초비상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3.10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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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갈수록 증가…전체 확진자의 79% 달해
구로 보험사 콜센터·줌바댄스 강습 등에서 무더기
서울·경기·경남 등 다수 감염 경로 ‘미스터리’ 비상
지난 9일 기준 집단감염 발병 사례. 자료=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지난 9일 기준 코로나19 집단감염 발병 사례. 자료=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 50일이 넘은 가운데 신규 확진자 증가추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한때 900명까지 급증했던 신규 확진자 증가 폭은 지난 8일부터 300명대, 200명대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보건 당국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1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5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에이스보험 콜센터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교회와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강습소 등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연일 속출하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가 구심점이 됐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최근에는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것.

서울에서는 최근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에 있는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10일 오전 검사받은 직원 교육생과 그 가족 중 54명이 확진됐음이 확인됐다. 이는 앞서 서울에서 최대 집단감염 사례로 꼽혔던 은평성모병원(14명), 성동구 주상복합아파트 관리사무소(13명), 종로구 노인복지관(10명)보다 훨씬 큰 규모다.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거나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밀접접촉자들이 많아 관련 확진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거주지가 서울 외에도 인천·광명·안양·김포 등 흩어져 있어 지역사회를 통한 후속 감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구로구는 전날 저녁 코리아빌딩 전체에 대한 방역 소독 작업을 마치고 1층부터 12층까지 사무실 공간에 대한 전면 폐쇄 명령을 내렸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 줌바 강사 워크숍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여파는 현재 이웃 도시인 세종, 아산 등으로 빠르게 확산, 5차 감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충남 천안의 줌바 댄스 관련 확진자는 100명이 넘었다. 천안에서만 확진자 95명 중 91명이 줌바 댄스 관련 감염자로 나타났다. 세종시에서는 10일 확진자 2명이 추가돼 확진자 수는 모두 10명으로 늘었다.

세종시에 따르면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 2명 중 1명은 지역 7번 확진자인 바이올린 교습생의 남편이다.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줌바 강사 워크숍에 참석했던 강사(세종 2번 확진자)로부터 줌바 수강생→접촉자→접촉자의 가족 순으로 코로나19가 퍼진 것이다. 또 다른 50대 남성 1명은 시내 처음으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다. 이 남성은 바이올린 강사 등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고 신천지예수교 신도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워크숍에 참석했던 줌바 강사 중 1명은 서울에 거주하는 가운데 강릉으로 놀러 갔다가 확진 판정을 받아, ‘예측범위 내 감염’ 수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충북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서는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마을 주민 전원이 격리됐음에도 확진자가 추가 발생, 11명으로 늘었다. 11번째 확진자는 8번 확진 환자 이 모(75) 씨의 부인(71)이다. 이 확진자는 3일 전 남편과 함께 받은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왔다가 이번 재검사 결과에서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감염은 경로당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지난 4일 이 마을에서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김 모(여·83) 씨에 대한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보건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게다가 확진자 평균 나이가 75.4세이고 일부 노인은 기저질환이 있어 건강 상태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청주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던 확진자(84세·여)는 현재 고열·폐렴 등 증상을 보여 충북대병원 음압 병상으로 옮겨진 상태다.

대구 달서구의 임대아파트인 한마음 아파트에서는 46명이 무더기로 감염되기도 했다. 확진자는 모두 신천지 신도다. 입주민 140명 가운데 신천지 신도는 94명이다. 아직 일반 주민은 걸리지 않았으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북 봉화 푸른 요양원에서는 지난 9일 확진자가 1명 더 나왔다. 이에 봉화에서는 푸른 요양원 입소자와 종사자 52명을 포함해 확진자 수가 총 54명으로 증가했다. 환자·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총 14명의 확진자가 속출한 분당제생병원의 집단감염도 지역사회로 퍼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확진자 가운데 집단감염 사례는 전체의 79.75%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경우는 최초 감염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 불명인 감염 사례가 많아질수록 코로나19 사태를 잡기 힘들어진다. 또한, 이 중 하나라도 병원 등에서 무더기 감염 사태로 발전한다면 현재 소강상태로 접어든 확진자는 또다시 급증할 수 있다.

하지만 방역을 책임진 수장들은 긴장의 끈을 놓은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9일 대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하루 500명 넘게 발생하던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감소했다. 조심스럽지만 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국민 모두 힘을 내 조만간 변곡점을 만들 수 있으리란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이 일단 주춤해졌다. 코로나 전쟁에서 우리는 곧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종식될 것”(지난달 13일)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뒤 확진자가 급증한 것처럼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섣부른 낙관론이 되풀이되면서 긴장을 흩어지게 해 방역 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가정과 사회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 막연한 낙관론을 꺼내면 방역망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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