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 ‘투트랙’ 전략 본격화
상태바
한·미, 대북 ‘투트랙’ 전략 본격화
  • 국제부
  • 승인 2013.03.20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압박 속 대화 문 열어두고 국면전환 대비

[매일일보]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대북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모양새는 미국이 주도하고 우리 정부가 동조하는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한미 키-리졸브(KR) 연습의 종료시기(21일)가 다가오면서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한반도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는 형태로 ‘압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대북 억제력 제공’을 재확인하고 미국 공군의 주력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폭격훈련을 하는 등 미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군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알래스카에 요격용 미사일 14기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대북 저승사자’로 불리는 데이비드 코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민감한 시기에 한·중·일 3국을 찾는 데서도 북한의 돈줄을 옭아매겠다는 미국의 강한 압박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북한 제재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댄 프리드 국무부 제재정책 조정관도 함께 순방중이다. 미국은 코언 차관의 아시아 순방 직전 북한의 외국환 결제은행인 조선무역은행을 독자제재 리스트에 올려 무기개발을 위한 북한의 자금 차단을 강화했다.

미국은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발언과 행보를 통해 북한에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ABC방송 인터뷰와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의 연설에는 “북한이 신뢰 있는 조치를 취할 경우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러시아를 찾은 것도 향후 국면 전환을 전제로 한 대화 분위기 모색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돈줄죄기’ 역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대화의 문으로 나오게 하려는 이중적인 포석이 깔렸다고도 볼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군사훈련과 미사일방어(MD) 강화, 코언의 아시아 방문은 대북 압박의 측면이 강하다”면서도 “미국이 ‘북한이 잘 선택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은 투트랙을 모두 사용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면서 향후 펼쳐질 상황에 대비한 대북 정책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이도훈 북핵외교기획단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 클리퍼드 하트 대북특사와 회동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과 같은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전철을 밟지는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 전격적인 대북지원 또는 선제적인 대화 제의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당분간 밟지 않을 공산이 크다.

다른 소식통은 “현재 한미가 투트랙을 얘기하지만 북한과 바로 만나서 얘기해 보자는 것은 아니”라면서 “우선은 제재의 충실한 이행에 집중하면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