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교훈에도 방어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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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교훈에도 방어선 붕괴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0.02.2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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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2일 병원‧교회 중심 확진자 400명 돌파
늑장 대응 메르스 사태 비난 스탠스 마저 ‘퇴색’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코로나19 확진자의 전국적 발생으로 그간 정부가 지켜온 방어선이 무너지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비난한 정부의 스탠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오전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433명으로 알려졌다. 최근 1주일 사이에 30여명 수준에서 급격하게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5년 당시 메르스 안전지대라고 불린 대구 지역의 한 교회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해 경남 지역까지 감염자가 나타나는 중이다. 

전국적으로 감염자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자체 격리와 격리구역을 조성하는 등 앞선 메르스 사태와 대조적으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내용을 줄곧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와 지자체는 첫 확진자 발생 순간부터 신속하고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동시에 그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무능했는지 누구보다도 낱낱이 증언할 수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무능한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정보가, 늑장대처가 감염병 대응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시련과 고통을 주는지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대응 체계가 빨라도 메르스보다 빠른 확산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발병 한 달 만에 확진자 400여명을 돌파한 점으로 봤을 때 메르스 확진가 186명인 점을 비교할 경우 이미 2배를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정부와 대구시가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9336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710명(7.6%)은 연락이 닿지 않아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방어선인 병원이 무너진 것은 메르스 사태와 다를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1번 확진자가 치료를 위해 입원한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줄줄이 추가 감염됐다. 이후 메르스 사태는 삼성서울병원의 ‘슈퍼전파사건’으로 번져 총 환자 186명이 감염, 이 중 38명이 사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현재 병원 내 감염 확산이 이뤄지는 중이다. 이날 기준 방역당국과 서울시, 은평성모병원에 따르면 은평성모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는 총 2명이다. 앞선 19일에는 청도대남병원에서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해 첫 환자 발생 이후 4일 만에 환자 수가 111명으로 폭증했다.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지키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그간 감염이 느린 점은 백신이 제작돼지 않아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자발적인 예방법을 이행하는 국민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국민 스스로가 보건에 신경쓰면서 손소독제‧마스크 등의 시장 붕괴도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일 질병관리본부 측은 위기경보단계를 격상시키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 제한적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지역 사회에 빠르게 확대되는 전파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제조업체 대표는 “인근의 마스크나 소독제 생산업체들은 밤낮 없이 인력을 충원하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와 구매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는 만큼 자발적인 예방법이 그간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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