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고가 보류지 아파트 유찰…애물단지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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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고가 보류지 아파트 유찰…애물단지로 전락하나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2.12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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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 2~3차례씩 유찰 사태
강남권 하락세에 ‘직격탄’…가격 조정도 쉽지 않아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 전경.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 전경. 조합은 지난 11일 이 단지 전용 108㎡ 한 가구에 대한 보류지 매각 입찰공고를 올렸다. 사진=대림산업 제공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고가 보류지 아파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분양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척척 팔려나가며 조합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강남권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자 사겠다는 사람이 자취를 감춰서다. 가격을 낮춰서 파는 것도 조합원 동의를 받기 어려워 당분간 보류지는 주인을 찾지 못할 전망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도대림아파트재건축조합은 지난 11일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 전용면적 108㎡ 한 가구에 대한 보류지 매각 입찰공고를 다시 올렸다. 지난달 14일과 30일에 이어 세 번째 공고다. 두 차례 유찰됐음에도 입찰최저가는 종전과 같은 16억2000만원으로 책정됐다.

결국 오는 19일 이뤄질 3차 보류지 매각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입찰가인 16억2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하면 신고가로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단지 전용 108㎡는 지난해 9월 15억9850만원에 거래됐고 KB부동산 시세는 지난 7일 기준 15억~16억원이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현재 나와 있는 같은 평형 매물의 호가는 16억~16억2000만원이다. 어떻게 봐도 보류지가 저렴한 매물은 아닌 셈이다.

지난 7일 나란히 유찰된 '헬리오시티' 전용 84㎡ 두 가구는 당분간 조합이 가지고 있을 예정이다. 조합이 아직 보류지를 어떻게 처분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가락시영아파트재건축조합도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공고를 내고 '헬리오시티' 전용 84㎡ 두 가구를 매각하려 했으나 응찰자를 찾지 못했다. 조합 측은 1차 공고 당시에는 17억3300만원과 17억2000만원, 2차 공고 때는 17억5000만원과 17억3500만원의 최저입찰가를 제시했었다.

특히 '헬리오시티'는 아파트 가격이 2주 연속 하락한 강남4구에 속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일 조사 기준 강남4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단지가 속해있는 송파구는 0.05% 떨어지며 하락폭이 커졌다. 12일 현재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17억원에 급매물도 나와 있다.

조합 관계자는 "당장은 보류지 처분 계획이 없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점 등을 감안해 당분간은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두 번째 보류지 매각을 추진했다 전용 117㎡(최저입찰가 17억원)가 유찰된 신길5구역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구매의사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조합이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가 취한 방식이다. 하지만 '디에이치아너힐즈'도 지난해 12월 5가구 중 4가구가 유찰된 후 아직 단 한 가구도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수의계약 방식도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계속되는 유찰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보류지 매각을 통해 계약되는 가격을 단지의 가치와 직결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최저입찰가는 최소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가격을 낮춘다고 하면 조합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보류지 매각 대금은 조합 입장에서 보면 전체 분양 규모에 비해 한참 작은 수준"이라며 "몇천만원 깎는다고 큰일 나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최저입찰가를 낮추지 못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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