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비상] “사람이 더 무섭다” 마스크 사재기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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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비상] “사람이 더 무섭다” 마스크 사재기 ‘천태만상’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2.0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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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편의점·약국 등 마스크 품귀 현상
“3배 오른 마스크값 황당해도 울며 구매”
빈곤층은 더 울상 “밥값 아껴야 할 판”
공장 앞 中 브로커들 수십억 들고 대기多
마스크 품절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소셜커머스 쿠팡 캡처.
마스크 대부분이 품절이다. 사진=소셜커머스 쿠팡 캡처.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을 넘어선 ‘마스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품으로 마스크가 꼽히면서 소셜커머스·마트·편의점·약국 등 할 것 없이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잇단 품절로 마스크를 못 구해 불안에 떠는 사람들, 이 기회를 이용해 비정상적으로 값을 올려 폭리를 취하려는 판매자들, 제값보다 높아도 울며 겨자 먹기 마스크 구매하기 바쁜 소비자들, 사재기에 나서는 중국 보따리상 등 각양각색이다.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마스크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품절이 많고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수량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4일 낮 12시 강남역 인근 약국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계산대 옆에는 4상자 분량의 마스크가 쌓여 있었다. 약사 최 모 씨는 “며칠째 약국에 어린이용 마스크밖에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성인용 마스크를 겨우 구했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강서구 일대 대형마트와 편의점 역시 KF 등급 마스크가 동나거나 수량이 충분하지 않았다. 전업주부인 최 모(53) 씨는 “가족들의 마스크를 사려고 대형마트, 편의점 등 하루 네 군데를 돌았다”면서 “메르스 때보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비정상적으로 마스크값을 올려 폭리를 취하려는 판매자도 등장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기존에 3만9000원대에 팔던 KF94 마스크 60매를 27만 원, 18만 원에 판매하는 업자가 등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가격을 높이기 위해 구매자에게 ‘품절’을 이유로 판매를 거부하고 다시 제품 가격을 높여 파는 얌체 판매자들도 생겼다.

실제로 4일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마스크 구매와 관련한 상담 782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주문했지만, 품절 등으로 주문이 취소됐다는 내용이 97.1%(759건)에 달했다. 또 마스크 가격이 올랐다는 상담은 16.1%(126건)로 나타났다. 특히 가격 인상 상담 126건 가운데 98건은 상품 품절을 이유로 마스크 주문을 취소했지만, 판매자가 같은 상품의 가격을 올려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김 모 씨(30)는 “지난달 29일 한 소셜커머스에서 마스크 50개를 개당 600원인 3만 원에 구매했는데 이틀 뒤 판매자에게 재고 부족으로 환불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었다”면서 “어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다른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하던 중 같은 판매자가 마스크 100매를 39만 원(1매당 3900원)에 판매하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마스크 가격이 2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오르면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5곳의 마스크 1장당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용 KF94 마스크는 3148원, 성인용 KF80 마스크는 2663원으로, 2018년 4월 조사한 가격 대비 2.7배, 2.4배 올랐다.

김 모 씨는 “지금 집에 있는 마스크가 다 떨어졌는데 마스크 1개당 600원짜리 상품은 계속 품절이고 언제 다시 살 수 있을지 미지수라 어쩔 수 없이 1개당 3000원짜리를 샀다”고 푸념했다.

문제는 경제적 빈곤층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어느 정도 감당 가능한 가격일 수 있지만, 쪽방촌 주민들이나 노동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년 빈곤층에게는 마스크 한두 개 사는 일조차 버거운 형편이다. 고시생이나 취업준비생 등 일정한 수입이 없는 젊은 저소득층에게도 마스크를 수시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스럽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고시 공부 중인 황 모(32) 씨는 “고시생이라 소득이 없는데 한 개에 3000원 정도 하는 마스크를 사려면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한다”며 “요즘은 마스크 비용 걱정에 제일 저렴한 밥으로 먹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마스크 제조업체 와이에스토박이에서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스크 공장 앞에서 수십억 현금을 들고 대기 중인 중국 브로커들도 과열되는 상황이다.

한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국 분들이 직접 오셔서 공장에 다이렉트로 현금으로 1000만 장, , 1억 장씩 주문한다. 우리 돈으로 20~30억 정도 된다”면서 “하지만 팔 게 없다. 마스크는 영세업자들이 만들어 한 라인에서 하루에 총 뽑아내는 수량이 4만 정도인데 3라인이 돌아간다고 하면 총 12만 장 정도로 주문량을 맞추기엔 턱없이 모자라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은 춘절이 낀 데다 이동 제한이 있어서 마스크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마스크 대란이 우리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면서 “중국 대기업의 경우에는 영업 사원을 파견해서 400만 장 구하기 전까지는 오지 말라고도 하더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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