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한국 조치 평가 않겠지만 WHO 근거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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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한국 조치 평가 않겠지만 WHO 근거 따라야"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2.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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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제한 첫날 추가 조치 우회적 반대 표명
국제 고립 심화되자 "역지사지" 지지 호소
싱하이밍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본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자국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싱하이밍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본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자국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싱하이밍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4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우리 정부의 부분적 입국제한 조치에 우회적인 불만을 나타내며 추가 입국제한 조치에도 간접 경고를 날렸다. 동시에 "역지사지"를 강조하며 우리 정부와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현재 중국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 조치 WHO에 근거해야"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의 제한적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한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서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장 과학적이고 권위 있는 기구이다. WHO에 근거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중국에 대한 WHO의 평가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WHO 사무총장도 중국을 방문해 의견을 충분히 교환하고 현지 시찰했다. 정부의 비상조치가 개방적이고 투명한 국제협력을 견지하여 방역의 모범이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며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 비상사태 선포가 중국측이 한 노력 조치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취약한 나라를 보호하고 방염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제 교역과 이동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싱 대사의 기자회견에 앞서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WHO 집행이사회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억제를 위해 여행과 교역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며 "모든 나라가 증거에 기초한 일관된 결정을 이행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WHO는 지난달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발병지인 중국에 대한 여행과 교역 제한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WHO '中 옹호'에 각국 외면

하지만 중국의 통제 능력에 신뢰를 보내는 곳은 사실상 WHO가 유일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의 우방국인 러시아와 북한까지도 중국에 대한 전면적 차단에 나선 상태다. 세계 각국은 중국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WHO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싱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며 한국의 지지를 호소했다. 

싱 대사는 "2003년 사스 사태 당시에 한국 (노무현) 대통령이 첫 번째 국빈 방문을 했고 당시 저는 담당 과장이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다른 나라들이 이런 저런 조치를 취했을 때 전국인민대표대회(우리의 국회격) 위원장을 모시고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분들은 우리를 만나면 '고맙다, 괜찮은 이웃, 믿을 수 있는 이웃'이라고 말했다"며 "이번 사태는 불행한 일이다. 이런 문제 앞에서 사실 운명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이해하고, 역지사지했으면 한다"고 했다.

싱 대사는 그러면서 우한 폐렴 과정에서 오간 양국 간 친교를 거론했다. 그는 "중국 측은 자신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한국 교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으며 한국 측의 교민 철수에 대해 지지 및 편의를 제공했다"고 했다. 또 "한국 정부와 각계 인사들이 중국 인민을 적극적으로 성원해주고 있다.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내주듯 우리의 전염병과의 투쟁에 큰 힘을 실어줬다"며 "중국 측은 깊은 사의를 표하며 중국 국민들도 따뜻한 정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호적인 한국서 국제 여론전 벌여

싱 대사가 우리 정부의 입국제한 조치에 대한 직접적 불만 대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도 국제적 고립으로 인해 한국의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중국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앞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국에 입국제한 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했다.

한국에 입국한 지 불과 닷새만에 이례적으로 싱 대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한국을 국제 여론전의 최적 장소로 본 듯하다. 이날 싱 대사는 중국 당국의 효과적인 통제를 강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싱 대사는 "중국이 강력하고 효과적인 전염병 차단 조치를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전염병 상황이 비교적 가벼운 상태이고, 해외 확진 환자 수도 전체 확진 환자 수의 1%도 안 된다"며 "159명의 외국 감염자들 중 사망 환자는 1명밖에 없고, (이 1명도) 필리핀으로 간 중국 우한 국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중국 국가위성보건위 고위급 전문가팀이 중남산 교수님은 전염병 상황이 앞으로 1주 내지 열흘 내에 결정적 결정에 달한 후 효과적으로 제어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국제협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中 자신에도 중국산 식음료까지 차단 시작 

하지만 이날 국제사회에서는 중국과의 인적교류는 물론이고 중국산 식음료 반입까지 차단하는 조치가 시작됐다.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이날 신종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로 중국산 동물·생물은 물론 식음료 수입을 바이러스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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