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웨이 앞세운 中 기술굴기 잘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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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웨이 앞세운 中 기술굴기 잘 살펴봐야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2.0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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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과거 기술 발전이라 하면 크기가 커지거나 화질이 좋아진 TV, 혹은 더 빨라진 컴퓨터, 더 잘 나가는 자동차 등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기술력은 이러한 제품 자체의 혁신을 넘어 사람의 일상생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과 통신이다. 스마트폰은 단지 전화의 기능을 넘어 나의 일상생활의 작은 축소판이다. 스마트폰 안에는 내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이 있다. 실제 사람이 스마트폰 안에는 없지만 사람의 메신저 아이디 등이 하나의 표상(表象)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나 자신의 개인정보도 스마트폰에 포함돼 있다. 이미 내가 나를 증명해야 하는 ‘공인인증시스템’은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가능할 정도다. 이외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우리는 세상과 소통한다.

통신은 또 어떠한가. 스마트폰의 기능은 통신과 함께 했을 때 비로소 제기능을 한다. 와이파이가 없거나 LTE, 5G 통신 등이 안 터지는 곳에서 스마트폰은 더 이상 스마트하지 못하다. 또한 넓은 의미의 통신을 본다면 집에서도 컴퓨터, TV 등도 통신이 없다면 그 효용성은 상실된다.

이렇게 기술은 우리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하다. 기술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생활의 기반시설을 장악한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통신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화웨이를 앞세운 중국의 기술굴기가 무서운 것은 이 때문이다.

통신시장에서 화웨이의 질주는 더 이상 거칠게 없어 보일 정도다. 시장조사업체 델 오로 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 매출기준 점유율은 31.2%로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영국 및 유럽연합(EU)이 동참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화웨이 참여를 허용했다. 다만 민감한 국가 정보를 다루는 네트워크 핵심 부문은 배제하고, 비핵심 부문도 화웨이 장비 점유율을 35%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다. EU도 5G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해 회원국에 공급자의 위험성을 평가하라고 밝히고 위험성이 큰 공급자는 핵심 기반시설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했지만 화웨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분야에서의 화웨이 성장세도 거세다. 화웨이는 지난해 출하량 기준으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5G 스마트폰 출하량 1870만 중 화웨이가 690만대를 출하해 36.9%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 지역이 중국에 집중돼있다. 오히려 자국 시장만으로도 글로벌 1위를 차지한 화웨이의 잠재력이 얼마나 클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화웨이의 이같은 무서운 질주는 곧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말한다.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는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중국을 둘러싼 여러 비관적인 이슈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발생했던 여러 행태와 더불어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부정적 요인은 여전히 상당하다. 그렇다고 중국의 기술굴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줄리어스 시저가 남겼다는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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