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재 아닌 지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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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재 아닌 지역이 없다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0.01.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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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부동산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호재가 아닌 곳이 없다. 크게는 시·구 단위에서 작게는 동·면·읍·리까지 어느 곳에나 호재는 존재했다. 단지 그 호재가 지닌 영향력과 실현 가능성은 달랐지만 말이다.

문제는 작은 호재를 크게 부풀려 매수를 유도하는 사람들에 있다. 이들은 한 지역에 대해 정말 세세한 정보까지 나열하면서 포장한다. 언뜻 보면 그럴싸하다. 전문가의 분석 같고 전문가의 조언 같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날 부동산 커뮤니티에 뜬금없이 ‘은마용성’이란 말이 등장한다. 강북에서 부동산 불패지역으로 꼽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은평구’를 넣은 용어다. 은평구의 최근 집값 흐름과 올해 상반기로 알려진 ‘서부선’ 발표 등을 넣은 이 게시글은 한때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시기도 적절했다. 당시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은평구 집값이 전주대비 0.58% 올랐다는 자료를 냈다. 이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여기에 올해 입주 예정된 단지들과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의 최고가가 등장하니 ‘은마용성’이란 말은 정말이지 그럴싸해 보였다.

게시글이 화제가 되자 사람들의 다양한 댓글이 달린다. 연신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세권 개발계획이나, 서울시 신전략거점개발계획 등 숨어있던 호재가 언급된다. 일부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내지만 ‘부알못’(부동산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 으로 취급한다. 이 게시글의 결말은 은평구의 집값 상승세에 대한 낙관론으로 끝난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떨까. 공인중개사들을 만나보니 ‘은마용성’이란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들은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각광받고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처럼 은평구 역시 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란 게 집값 상승의 주된 이유라고 얘기했다. 여기에 은평구 부동산시장이 그간 침체기를 겪었던 만큼 잠깐의 갭 매우기란 의견도 존재했다.

은평구 개발호재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서부선’ 등의 명확한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 속에 집값을 끌어올리기는 힘들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서부선에 대한 내용이 발표되거나 혹은 착공이 이뤄질 경우 호가가 오를 수 있겠지만 결정된 바가 아무 것도 없다고 부연했다.

‘은마용성’은 작은 예다. 커뮤니티 내 다른 게시글을 보면 주도해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거나, 한 지역에 대해 계속해서 자료를 올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부동산 커뮤니티도 이 같은 혼란세에 일조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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