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업무 조정’으로 신성장 사업 발굴·초격차 전략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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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업무 조정’으로 신성장 사업 발굴·초격차 전략 극대화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1.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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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화 불가피한 상황에 미중 분쟁·사법 리스크 등 불확실성 상존
3인 대표 체제 유지하되 부문장과 사업부장 업무 조정으로 변화 모색
(왼쪽부터)삼성전자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CE 부문장 사장, 고동진 IM 부문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왼쪽부터)삼성전자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CE 부문장 사장, 고동진 IM 부문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삼성전자의 2020년형 사장단 인사와 정기인사에는 적지 않은 고심이 담겨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 맞추기 위한 변화가 요구되는 동시에 경영 불확실성 위기관리를 위한 안정감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조직 전체의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큰 폭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사이동보다는 ‘업무 조정’을 활용했다고 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변화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의 운영 마인드와 시스템으로 새로워진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술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돼 삼성전자 변화의 필요성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싼 외부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안정감도 여전히 중요한 상황이다. 미중 무역합의가 1차적 협상에 이르렀지만 진짜 전쟁의 시작은 2차 협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미중 2차 협상에서 중국의 기술굴기와 산업 보조금 지원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지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클 전망이다.

또한 국내 사법 리스크도 삼성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노조공작 의혹, 증거 인멸 의혹 사건은 이제 1심이 끝났고,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은 여전히 공판 중이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큰 틀은 유지하되 안의 내용을 바꾸는 ‘업무 분담’을 통해 변화를 극대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인 CEO’ 체제의 큰 뼈대만 유지했을 뿐 그 안의 운영과 구성은 모두 바꾼 것”이라며 “축구로 치면 포메이션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의 세부전술을 바꾼 격”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3명의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안정감을 줬다. 김기남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장과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이 각 부문 최고경영자(CEO)직을 유지했다. 이 3명의 CEO 체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다.

반면 세부적인 운영 시스템은 바꿨다. 큰 틀에서 기존의 3인 CEO 체제가 유지됐지만 업무 분담 방식과 구체적 핵심 역할에 변화를 준 것이다.

먼저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부문장 모두 업무 영역이 이번 인사를 통해 축소됐다. 김기남 부문장은 겸직했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직을 내려놓았다. 김현석 부문장은 생활가전사업부장 직을, 고동진 부문장은 무선사업부장 직을 내려놓았다.

기존의 부문장으로서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실질적인 사업 운영보다는 큰 틀에서의 시너지 창출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대표이사에게는 DS·CE·IM 부문과 사업부간 시너지 창출은 물론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과 후진 양성에 더욱 전념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 핵심 기술인 AI, 5G, IoT에서 보듯 기존의 사업 경계를 허물며 ‘융합’이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업부 관점이 아닌 좀 더 큰 부문 관점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3명의 부문장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큰 틀에서의 판짜기에 중점을 둔다면 각 사업부장은 실질적으로 시장 지배력 확대에 매진하는 구조가 됐다. 삼성전자는 “50대 초반 젊은 사장에게 사업부장을 맡겨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기술 기반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기술개발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장에 황성우 종합기술원 부원장을 승진 임명해 차세대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김기남 부문장이 DS부문에서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게끔 하고, 황 신임 원장 체제로 종합기술원을 운영해 장기적인 신기술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위기관리 부문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업무 조정’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신성장 발굴과 초격차 전략을 극대화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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