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 한마디에 총선 승패 뒤집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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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말 한마디에 총선 승패 뒤집힐 수 있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20.01.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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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누구나 말조심을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영향력이 큰 공인이나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말을 조심해야 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실수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에서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누구보다도 당사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는 이들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통상 이동 중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백브리핑’을 잘 하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말실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던 이 대표는 지난주 당 유튜브 채널인 ‘씀’에서 공개된 영상으로 또 다시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교통사고로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던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치켜세우던 중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하다”고 말했고 이는 곧바로 ‘장애인 비하 발언’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영상이었던 ‘2020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는 이미 촬영된 녹화본이었을 뿐 아니라 자막까지 포함된 편집영상이었다. 당 내부의 편집과정을 거쳤는데도 이러한 발언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결국 심리학자의 발언을 인용한 경위가 무엇이든, 이 대표의 발언은 그간 갖고 있었던 선천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언행으로 드러났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야심차게 최 교수를 총선 1호 영입인재로 발표하며 소외계층에게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당 스스로가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여기에 한술 더 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운 논평마저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은 과연 누굴까?

정치인의 ‘실언’ 논란은 사회의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부동산도 비껴가지 않았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동산을 투기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이미 참여정부에서 도입을 검토하다 위헌소지 문제로 무산된 제도였지만 갑작스럽게 청와대 참모진이 이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검토한 바가 전혀 없다”는 정부의 해명을 그렇다고 쳐도, 제대로 논의된 적 없는 민감한 사안을 담당 업무도 아닌 정무수석이 언급한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연일 부동산 시장에 강경 대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토되지 않은 대책을 ‘여론 간보기’식으로 일단 던지고 보는 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신뢰 상실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인과 참모의 말은 파장이 크다. 총선의 승패가 뒤집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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