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후폭풍] 예고됐던 폭탄…금융당국은 '팔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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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후폭풍] 예고됐던 폭탄…금융당국은 '팔짱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1.15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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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검사 작년 10월 끝내고도 결과발표ㆍ제재 없어
"규제완화로 무한경쟁 유도… 사후관리는 부실" 성토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이 2019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예고됐던 폭탄을 금융당국은 팔짱만 낀 채 바라보았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두고 곳곳에서 이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조원대로 불어난 피해액은 앞으로도 더 커질 수 있지만, 금융당국은 한 차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갈수록 커지는 금융당국 책임론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펀드 돌려막기 의혹이 2018년 7월부터 불거졌지만, 지금껏 라임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산 투자자는 구체적인 손실액조차 못 들은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는 바람에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입장벽을 낮추더라도 사후 제재는 강화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거다.

실제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이나 금융투자업과 달리 자산운용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규제 완화책을 펼쳐왔다. 금융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10월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 투자 금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운용 능력이 있는 곳은 성장을 유도하고, 능력이 떨어지는 곳은 등록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형성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초에는 헤지펀드 설립 자기자본 요건도 기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되면서 헤지펀드 수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발됐을 때 범죄수익보다 더 큰 부담을 져야 하고 형사처벌 수위도 강화해야 문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가입 조건이 완화되면서 금융상품 구조를 잘 모르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면서 "그러면서도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는 다 풀어줘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규제완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강화하겠다고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금융사 내부통제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정책에 대해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제대로 된 감독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규제를 완화해 불필요한 투자자 손해를 입히고 이제 와서 규제를 재정비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뒷북 '추가조사' 나선다는 금감원

사태를 키운 금융당국 감독 부실도 문제지만, 사고를 수습하려는 대응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라임운용에 대한 검사에 나섰고, 10월 초 검사를 끝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처럼 라임자산운용 검사에 대해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그런데 해를 넘긴 현재까지도 검사 결과나 제재 수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피해 규모조차 가늠 못하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제재에 앞서 손실 규모부터 파악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최근엔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에 상주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늑장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나왔다. 금감원측은 "이종필 부사장 등이 도주했고, 라임 운용 인력이 이탈하면서 실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당국이 수습에 미적거리는 사이 피해자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10일까지 분쟁조정 신청만 100건 넘게 접수됐을 정도다.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 당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최근 금감원은 떠밀리듯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추가 검사를 예고했다.

지난해 실시한 검사는 당시 제기된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및 전환사채(CB) 편법거래 등에 대한 의혹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검사가 마무리 된 이후에도 2조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고 불완전판매 이슈가 부각되면서 추가 검사를 통한 확인 필요성이 있다는 게 추가검사의 취지다.

금감원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삼일회계법인의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실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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