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고민하는 韓에 트럼프 "분담금 5억 달러" 재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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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고민하는 韓에 트럼프 "분담금 5억 달러" 재압박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1.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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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발 피하기 위해 일본 따라 독자 파병 검토
파병과 분담금 협상 연계설 속 트럼프 노골적 압박
지난해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해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미국이 곧 재개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연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미국 내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측에 5억 달러의 분담금' 수용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연계설을 일축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이란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일본처럼 독자파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먼저 '독자파병'...한국 벤치마킹?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 호르무즈에 초계기를 파견하고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도 추가로 파견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는 참여하지 않는 독자 파견 형식을 택했다. 이란이 미국에 협력할 경우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독자적인 파병을 검토중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국민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일본과 유사한 형태의 '독자 파병'을 통한 우회적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는 또 추가 파견이 아닌 기존 파견된 부대의 이동 배치를 고려 중이다. 이 당국자는 "청해부대 임무에 국민 안전 보호 등의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미국도 이에 대해 꼭 싫어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한국은 우리에게 5억 달러 줬다"

일단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이처럼 청해부대의 이동 배치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한미 동맹 이슈는 여전히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14일 워싱턴에서 재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분담금 협상에서 미측이 파병 문제를 압박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정부 차원의 노골적인 압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0일 폭스뉴스 '잉그러햄 앵글'에 출연해 중동 지역 파병 문제를 거론하던 중 돌연 한국 분담금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사우디와는 매우 좋은 관계다. 나는 사우디에 '당신들은 매우 부유한 나라고 더 많은 병력을 원한다. 나는 그들(병력)을 보내려고 하는데 그러면 당신들이 우리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며 "사우디가 이미 10억 달러를 은행에 예치해 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그들(사우디)을 도울 것이지만 이들 부유한 나라는 대가를 지급해야만 한다"며 갑자기 한국으로 화제를 돌렸다. 한국도 사우디처럼 부자국가니 분담금을 더 내라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국에 '당신들을 북한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우리 병사 3만2000명을 한국에 두고 있다. 그러니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며 "한국은 우리에게 5억 달러를 줬다. 더 많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초에도 양국 간 방위비 협상이 타결된 직후 한국을 향해 "그들은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 전화 몇 통에 5억 달러"라고 말한 바 있다.

❚北 "주제넘는다" 남북 관계도 첩첩산중 

이처럼 한미 동맹이 돈에 좌우하는 상황으로 몰리는 가운데 남북 관계마저 꼬이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직접 받았다며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을 거론했던 청와대의 중재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김 고문은 "남조선당국은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연락 통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며 "수뇌들 사이에 친분관계를 맺는것은 국가들간의 외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남조선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여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해야겠다"고도 했다.

김 고문은 또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정은·트럼프)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혹여 우리가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거나 또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 보려고 머리를 굴려보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며 "조미 간 대화가 다시 이뤄지려면 미국이 북한의 요구 사항들을 전적으로 수용해야 하지만 미국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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