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 임명 후폭풍…노조 신경전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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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 임명 후폭풍…노조 신경전 장기화 우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20.01.09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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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행장, 임기 시작 1주일째 사무실 출근 못해
노조, 낙하산 인사 반발…사과·적절한 해결책 요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에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에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원 반발로 임기 시작 1주일째 서울 을지로 본점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진정 어린 사과와 적절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오는 4월 총선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윤 행장과 노조의 장기 신경전으로 조직 안정화는 물론 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지난 3일 임기가 시작된 첫날부터 현재까지 기업은행 본점 사무실 대신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현안과 부서별 업무 보고를 담당 부서장으로부터 대면 형식으로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행장은 지난 3일 첫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낙하산 인사’ 반발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출근 2일차인 6일에는 고(故) 강권석 행장 묘소에 참배를 가면서 출근하지 않았다. 다음날 7일 출근을 다시 출근을 시도, 노조 측과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지난 8일부터 본점 집무실 대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노조 측이 윤 행장 취임에 반발하는 데는 이른바 ‘깜깜이’ 임명 절차 때문이다.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은행장을 선출하는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국책은행의 성격을 가진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가 직접 신임 은행장을 임명 제청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해당 은행에서는 차기 은행장과 관련해 어떤 사전 검증도 하지 못한 채 맞이하게 된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에 앞서 금융노조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과 ‘효율적인 금융관리·감독체계를 구축하고 금융당국의 정책결정시스템에 공정성을 확보한다’,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 등이 담긴 2‘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금융노조 정책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윤 행장의 취임으로 해당 정책협약이 사실상 파기되면서 노조 측의 반발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7일 현장에서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금융노조와의 정책협약도 어기고 임명을 강행한 청와대와 집권 여당, 이를 방기하는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윤 행장과) 대화는 그 이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윤 행장이 노조와 협상을 위해 인사 카드를 꺼낼 가능성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둔 수석부행장 자리에 직원들과 노조의 신망이 두터운 내부 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달 20일에는 임상현 전문이사(수석부행장), 배용덕·김창호·오혁수 부행장 등 4명의 부행장급 임원들의 임기가 끝난다. 다음달 20일에는 최현숙 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노조 측의 출근 저지 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보는 것은 직원들과 고객들이다”면서 “양측이 적절한 협상을 통해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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