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존에 없던 것을 규제하며 AI 선도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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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존에 없던 것을 규제하며 AI 선도국가?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1.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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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오는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2020가 열린다. 과거 CES는 당대 최고의 가전제품 전시장이었다. 당연히 가전제품의 꽃인 ‘TV’가 그 주인공일 수밖에 없었다.

10여 년전 CES에 갔었다는 한 지인은 “옛날 CES는 그야말로 어느 TV가 가장 크냐의 싸움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2020년 CES는 과거와 전혀 다르다. 물론 TV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CES는 더 이상 가전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가전을 넘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차 등 각종 세계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미래를 보여준다. 단지 가전제품의 스펙 대결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CES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 혁신’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앞으로 인간의 삶을 바꿀 것이란 얘기는 이제 진부하다. 그 영역이 전자 분야를 넘어 사회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고, 기존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란 얘기도 흔히 접한다. 혹자는 발달된 인공지능은 사람을 대체하게 돼 인간의 노동력이 더 이상 과거처럼 필요하지 않아 실업자가 급증할 것이란 어두운 미래를 점치기도 한다.

CES는 이런 담론을 실제 보여주는 자리다.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생활을 지금 얼마나 바꾸며 앞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눈 앞에 보여주는 장이 바로 CES다.

그렇다보니 CES는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전자제품이던 서비스이던 아니면 로봇이던 인공지능이 더해진 새로움이다. 쉽게 말해 ‘기존에 없던 것’을 마음껏 자랑하는 자리가 바로 CES인 것이다.

인공지능이 결합된 ‘기존에 없던 것’은 과거 더 커진 TV 정도가 아니다. 완전히 과거의 분류를 깨고 새로운 분류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영화 기생충을 보고 과거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해 감독 이름을 딴 ‘봉준호 장르’처럼 말이다

그렇다보니 우리 삶을 규정하고 있는 과거의 ‘틀’은 더 이상 이 새로움을 규정할 수 없다. 우리가 과거의 틀을 만들던 시절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것이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딥러닝에 힘입어 빨라진다. 과거의 틀을 깬 새로운 것이 어제가 멀다하고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숭고한 혁신 행위를 가로막고 있다. 우리 사회가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를 뜻한다. 법률에 명시하지 않은 모든 것은 ‘안 된다’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율주행차도, 드론도 아니 카카오톡도 없던 옛날에 만든 틀에 적혀있지 않은 것들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하물며 이 2020년에도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돼 창조되는 ‘처음 보는 것들’은 당연히 금지다.

이런 풍토 속에서 인공지능 선도 국가 ‘구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바꾸면 된다. 법률에 명시된 금지된 것 외엔 모든 게 가능하다는 것이 네거티브 규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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