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묘수’에 무너진 ‘AI’…이세돌, 한국형 알파고 ‘한돌’에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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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묘수’에 무너진 ‘AI’…이세돌, 한국형 알파고 ‘한돌’에 불계승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9.12.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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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대국장면. 사진=NHN 제공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대국장면. 사진=NHN 제공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인간 ‘이세돌’은 강했다. 전문가들이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HanDol)’의 우세를 점쳤지만 이 9단의 78번째 수에 결국 무너졌다.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는 열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만에 이세돌 9단이 불계승을 거뒀다.

NHN의 개발한 국산 AI ‘한돌’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 밖 결과였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 9단은 고별전 대상으로 인간이 아닌 ‘AI’를 선택했다. 지난 2016년 3월 이 9단은 그동안 ‘인간의 영역’이라는 바둑에 도전장을 내민 알파고를 상대로 5번기를 벌여 1승 4패의 거뒀다.

바둑계에서 최고의 업적을 달성한 이 9단이 알파고에 무너지면서 이후 AI는 인간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됐다.

NHN이 개발한 한돌은 올해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오르면서 바둑 AI의 강자로 우뚝섰다.

이에 대회에 앞서 많은 전문가들은 3년 전 알파고보다 ‘한돌’의 수가 앞선 것으로 평가하며 이 9단과의 대결에 우세를 점쳤다.

이 때문에 이 9단은 한돌과 정면 대결보다 2점을 깔고 두는 접바둑을 선택했다. 인간 바둑계의 최강이지만 한돌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 9단은 최근 10일간 2점 바둑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수비적으로 출발했다. 중반 들어 한돌이 맹공을 펼치면서 이 9단의 대마가 위험하다고 생각된 순간 이 9단은 씌우는 맥수를 뒀다. 흑 78수다.

이 수를 예측하지 못한 한돌은 요석 3점을 잡히고 말았다. 이로서 한돌의 예측한 승률은 떨어졌고 의미 없는 수를 몇 개 두던 한돌은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흑 78수는 세계 최강의 인공지능 바둑인 중국의 절예도와 벨기에의 릴라제로도 보지 못했다.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1국 기보. 사진=NHN 제공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1국 기보. 사진=NHN 제공

‘신의 한 수’로 평가받은 ‘흑 78수’는 2016년 알파고와 4국에서 펼쳐졌던 ‘백 78수’와 같은 수였다.

당시 알파고가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든 상황에서 이 9단은 중앙 흑 한칸에 끼우는 78번째 수를 통해 승부를 돌려놨다. 이후 알파고는 의미없는 수를 남발하면서 자멸했다.

1983년 전남 신안군에서 출생한 이세돌은 1995년 12세에 프로가 된 이후, 조훈현과 이창호에 이어 세계 바둑 최강의 계보를 이었다. 2000년 32연승을 기록한데 이어 2002년에는 프로 3단으로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이창호가 세운 최저단(5단) 세계대회 제패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창율 NHN 게임 AI 팀장은 “한돌은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돌의 승률은 계속 오르고 있었는데, 79수부터 승률이 확 떨어졌다”고 밝혔다.

19일 펼쳐지는 2국은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이 9단과 한돌 모두 핸디캡 없이 맞바둑으로 승부를 겨룬다.

마지막 3국은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21일 낮 12시에 펼쳐질 예정이며 2국의 패자가 2점을 깔고 반상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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