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베트남 ‘박항서 효과’ 이어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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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베트남 ‘박항서 효과’ 이어 가려면
  • 한종훈 기자
  • 승인 2019.12.1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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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지난 10일 밤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향하는 도로는 온통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대한민국 국기 ‘태극기’를 두른 차량과 오토바이 물결로 뒤덮였다.

이 물결은 맥주 거리 등 도심에서도 밤새 이어졌다. 이날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60년 만에 SEA 게임(동남아시아 경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축구팀 사령탑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코치로 4강 진출을 이끌었던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지난해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사상 첫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그리고 이번 SEA 게임에서 6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박 감독의 선전은 스포츠를 넘어 한-베트남 경제 산업에도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은 지난 6월 2000개 한정으로 갤럭시S10플러스 ‘박항서 에디션’을 출시했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완판됐다.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한 뒤 박 감독의 이름과 박카스의 이름이 비슷하다는 면을 강조하면서 베트남 진출 10년 만에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3월 박 감독과 쯔엉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뒤 104만명이던 고객이 151만명으로 50%가량 급증했다.

K푸드 수출도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베트남에 수출한 K푸드 규모는 지난해 대비 17% 증가했다. K푸드의 베트남 수출은 지난해도 2017년 대비 17% 늘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박항서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100조∼500조 원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간 외교관 박항서 감독으로 인해 베트남과 관계는 기존 한류를 한 단계 더 뛰어넘는 한류로 이어졌다. 이제 이 분위기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해진 시기가 왔다. 특히 박항서 효과로 인한 단순 현지 ‘돈벌이’가 아닌 기업 간 국가 간 돈독한 관계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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