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벼랑 끝 전술에 中러 '제재 완화 결의안' 콤비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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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벼랑 끝 전술에 中러 '제재 완화 결의안' 콤비 플레이
  • 김정인 기자
  • 승인 2019.12.17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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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행동 나서
北 ‘새로운 길’에 중러 후견인 역할 전망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사진=AP통신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사진=AP통신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북한이 미국의 대화 재개 요구에 답도 안한 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강행하려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했다. 두 나라는 대북 제재를 고수한 결과 북한의 협상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은 자신들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이 내놓지 않는다면 협상판을 깨겠다고 공언한 뒤 연말 도발을 준비 중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요구를 들어주자고 행동에 나선 것. 북한과 중국·러시아 간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일부 해제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안했다. 이 결의안에는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 허용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 취소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해산물과 의류 수출 재개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 동안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닷새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긴급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두 나라는 "대북 제재는 그 자체로서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는 수단일 뿐"이라면서 제재 완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는 북한과의 공감대 속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 들어 중국과 러시아 정상들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밀월을 과시한 바 있다. 지난 4월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이어 6월에는 평양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비핵화 문제 등 관련 정세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가졌다.

이처럼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이 대북 제재 해제를 향해 전략적 행동에 나섰지만 미국은 제재 완화 검토 자체가 아직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에 "유엔 안보리가 설익은 제재 완화의 제공을 고려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도발의 수위를 계속 높이며 위협을 하고 있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만남을 거절하며, 금지된 대량 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 진행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전환과 영속적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라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의에서의 약속을 진전시키는데 전념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들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 공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 상임이사국의 전원 찬성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전체 15개국 중 9개국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북한에 대해 미국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도 두 나라는 대북 제재를 결코 완화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행동에 나선 만큼, 북한이 새해 들어 도발과 함께 '새로운 길'을 천명할 경우 두 나라가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일부는 한국시간 17일 공개한 '북한정세 2019년 평가 및 2020년 전망' 자료에서 "연말 시한 내에 북미 협상 진전이 없을 경우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미 협상 중단' 등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등과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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