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무리하게 내 집 장만 나섰다 낭패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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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무리하게 내 집 장만 나섰다 낭패 볼 수도”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12.12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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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거의 최고점…“비이성적 과열”
공공임대로 잠시 피신해 시장 관망해야
20·30대 청년들이 ‘내집마련 아카데미’ 부동산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내집마련 아카데미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최근 몇 년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20·30대가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어 금리와 집값 변동 변수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2의 하우스푸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의 높은 집값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 규제에 묶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등으로 부족한 자금을 메우는 20·30대가 많을 것”이라며 “주택담보 대출과 달리 신용대출 등은 변동금리가 많아 금리가 인상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 랩장은 이어 “적어도 전셋값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주택 구매에 나서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면서 “자칫 무리한 주택 구입으로 대출금 상환에 생활고를 겪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면 삶 자체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이달 2주(9일 기준)차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7% 상승했다. 전주보다 0.04%포인트(P) 더 올랐다. 24주째 연속 상승이다. 상승 폭도 4주 연속 확대해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더욱이 강남에선 3.3㎡당 1억 아파트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 규제를 내놓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으나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서울 부동산 시장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20·30대 집 사기 열풍에 휩싸였다”면서 “주변에서 지금이 가장 싸다고 재촉하는 말들이 이들의 조급증을 유발하게 한다. 대출을 무리하게 내서 집을 사는 것은 무모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집값은 항상 오르는 게 아니다. 현 부동산 시장은 비이성적 과열이다. 위험을 줄여야 한다”며 “특히 갭투자는 위험하다. 20대는 전세를 끼고 매입한 임대보증금 비중이 34%(1억6000만원)로 가장 높았다. 위험성을 냉정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거를 반면교사 삼으라고 피력했다. 권 교수는 “2010년 터진 ‘하우스푸어 파동’을 복기하라”면서 “이명박 정부는 경제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규제를 풀었다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부랴부랴 금리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오르자 시장은 얼어붙었고 가격은 하락했다. 많은 이가 소득 대부분을 대출금 갚는 데 썼다”면서 “현재와 당시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집값 상승이 멈추지 않으면 정부에서 극약 처방에 나설 수 있다. 공공임대 주택을 노려보라”고 당부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권 교수와 궤를 같이했다. 다만 행복주택,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의 종류에 따라 입주자격·선정방법·임대조건 등이 각기 다르고 문턱도 생각보다 높아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확인하라고 권했다.

장 본부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 각 지방공사 등 공급 주체에 따라 정보가 분산돼 있거나 절차가 서로 달라 이를 확인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다”며 “전세 임대주택 기간만이라도 여유를 가지면서 시장 동향을 살피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자금 여력이 없어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는 20·30대에 위로를 전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20·30대 사이에서 부동산 자산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부모의 경제적 부를 대물림받은 20·30대는 강남 아파트에 속속 입성하고 있으나 사정이 열악한 이들은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엑소더스(Exodus)’ 현상이 가속되는 추세다. 젊은 세대에 ‘집 없는 설움’을 유산으로 물려줄 수밖에 없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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