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지주 '비은행' 영토 확장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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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지주 '비은행' 영토 확장 나선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2.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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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하락에 은행 수익성 하락
비은행 부문 강화로 실적 만회 노려야
(왼쪽부터)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한ㆍKBㆍ하나ㆍ우리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각 사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빅4 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 영토확장에 나섰다. 은행은 여전히 금융지주 수익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저성장ㆍ저금리에 발목을 잡혀 있다. 너도나도 비은행 금융사를 사들이려는 이유다.

◆은행이 금융지주 실적서 80% 차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빅4 금융지주인 KBㆍ신한ㆍ우리ㆍ하나금융지주는 3분기 순이익 3조343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했다. 사실상 은행에만 목매고 있는 수익구조다.

신한금융지주는 1~3분기 순이익 2조896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3분기만 보면 순이익이 98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가량 감소했다. 3분기 실적에서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66%를 넘어섰다. 나머지 계열사 기여도를 보면 신한카드가 20%로 2위를 달렸고, 신한금융투자는 8%를 차지했다. 신한생명을 비롯한 나머지 계열사는 모두 5%를 밑돌았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은행 쏠림이 더 심했다. 지주가 거둔 3분기 순이익 가운데 87%를 은행에서 벌어들였다. 나머지 하나금융투자나 하나카드는 모두 10% 안팎에 그쳤다. KB금융지주도 비슷했다. KB국민은행이 전체 순이익 가운데 72%를 차지했다. KB증권이나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생명보험은 모두 10%를 밑돌았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초 지주로 전환해 은행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순이익 가운데 95%가량을 은행에서 벌었다.

◆이자마진 악화에 은행 수익성 빨간불

문제는 은행에만 기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있다. 저성장ㆍ저금리 탓에 은행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순이자마진(NIM)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고, 이는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올해만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고, 내년에도 한 차례 이상 인하할 걸로 점쳐진다.

신한은행 순이자마진은 3분기 1.53%로 전 분기 대비 0.03%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도 0.03%포인트 낮아진 1.67%를 기록했다. KEB하나은행도 0.07%포인트 하락했고, 우리은행도 0.08%포인트 내렸다.

박리다매 식으로 대출을 늘려 순이자마진 악화를 만회해야 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내년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예금ㆍ대출비율(예대율) 규제로 마냥 돈을 빌려줄 수도 없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비교해 대출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앞으로는 100%를 넘기면 안 된다.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일도 어렵게 됐다. 대규모 원금손실로 논란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탓이다. 금융당국은 고위험상품 판매를 규제하기로 했다. 이번 DLF 사태로 인해 원금손실형 상품을 꺼리는 투자심리도 확산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도 쉽지 않은 상황

대형 금융지주는 비은행 금융사 인수에 더욱 공들일 걸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얼마 전 내놓은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로 인해 저성장ㆍ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은행 부문 성장동력이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나신평은 "비은행ㆍ비이자 부문 확대를 위해 자회사 투자와 비은행 금융사 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투자도 꾸준히 늘어나겠다. 나신평은 "금융지주가 해외시장에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가 아직 크지 않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어 해외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금융지주 재무구조가 이런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 나신평은 "규모가 큰 증권사나 보험사를 사들인다면 대규모 자금 지출로 재무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비은행 부문은 은행에 비해 산업위험도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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