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집값 급등·교육제도 개편…목동·대치동서 전세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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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집값 급등·교육제도 개편…목동·대치동서 전세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 이재빈 기자
  • 승인 2019.12.05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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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목동, 정시확대 발표 후 전세가 억단위로 뛰어
일부 집주인, 반전세·월세 전환해 종부세부담 전가
"집값 당분간 오를 전망이라 전세 안정되기 힘들것"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경. 이 단지 전용 84㎡형 전세가 호가는15억~16억원에 달한다. 사진=이재빈 기자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경. 이 단지 전용 84㎡형 전세가 호가는15억~16억원에 달한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대치동에서만 부동산을 20년 넘게 했는데 이렇게까지 전세매물이 귀해진건 올해가 처음이다."(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는 교육제도 개편과 집값 급등,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 등이 겹치면서 전세시장이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명문 학군으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 일대 역시 매물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5일 대치동 중개업소 곳곳은 '매매·전세 매물 구함'이라는 전단이 붙어 있어 전세매물 품귀 현상을 반증했다.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시 확대 발표 이후에 매물이 뚝 떨어졌다"며 "매물도 잘 안나오는데다 나오더라도 대기번호를 받아둔 사람들이 다 가져가고, 1층이거나 하자가 있는 매물도 며칠 안 가 계약이 성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랜드마크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형 전세가는 정시 확대 발표 전인 9월까지만 해도 14억원 이하에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세 호가가 15억~16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전세가가 불과 두세달 사이에 교육 제도 개편 이슈와 맞물리면서 1억~2억원씩 뛴 셈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이 단지 전용 84㎡형 전세가는 6억5000만원에 달한다. 사진=이재빈 기자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이 단지 전용 84㎡형 전세가는 6억5000만원에 달한다. 사진=이재빈 기자

주변 단지들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전용 84㎡형 전세가는 지난 9월 5억5000만원대였으나 현재 호가는 6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은마' 인근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는 값도 값이지만 전세매물 자체를 찾기 힘들다"며 "현재 우리 중개업소에서 확보한 매물이 하나도 없고 다른 곳들도 많아야 1~2개 수준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일부 중개업소들은 이같은 전세품귀현상의 원인으로 종부세를 꼽았다.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바꿔서 종부세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물리려는 정책이 오히려 무주택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목동7단지 아파트 전경. 이 단지의 전용 101㎡형 매매 호가가 20억원이다. 사진=이재빈 기자
목동7단지 아파트 전경. 이 단지의 전용 101㎡형 매매 호가가 20억원이다. 사진=이재빈 기자

또 다른 학군지인 목동도 전세매물이 귀하긴 마찬가지다. 정부의 교육 정책 변화가 이 일대 전세수요를 자극하면서 전셋값이 요동치고 있다. 수능은 사교육을 더 받을수록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에 학원가가 유명한 목동으로 학부모들이 눈을 돌린 영향이다. 

목동 E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당장 매물도 없고 대기자만 벌써 다섯명"이라며 "전셋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크게 늘었지만 전세 매물을 찾기도 어렵고 언제 나온다고 답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목동 일대 중개업소들의 말을 종합하면 목동 주요단지의 인기평형 전세가는 최근 두달 새 5000만~1억원씩 올랐다. F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학군수요가 늘어나는 연말연시 전세 부족이야 항상 있었던 일이지만 올 겨울은 유독 심하다"며 "기존 세입자들도 학군 이슈 때문에 어떻게든 계약을 연장해 눌러앉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목동 G공인중개소 관계자도 “학군도 전세급등의 주원인이겠지만 무엇보다도 매매가가 크게 오르면서 전세 선호현상이 커져 전세 품귀현상과 전셋값 급등세가 나타났다"며 "목운중을 배정을 받을 수 있는 목동 7단지의 전용 101㎡형 매매 호가가 20억원에 이르고 있는데 상식적인 가격이 아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더욱이 문제는 내년 이후에도 전세시장이 불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는 와중에 정시 확대 발표까지 겹치면서 학군지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내년까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당분간 전세가 안정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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