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vs HDC, 막판 줄다리기…아시아나 매각 협상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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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vs HDC, 막판 줄다리기…아시아나 매각 협상 ‘삐걱’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12.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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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 SPA 체결 앞두고 구주 가격 둘러싼 갈등 표면화
HDC, 금호에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 내용증명 발송
3000억원 vs 4000억원 의견 엇갈려…매각 일정 차질 불가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항공 본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항공 본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삐걱대고 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구주가격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서다. HDC는 구주가격으로 3000억원 정도를 제시했으나, 금호산업은 4000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매각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금호산업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주식매매계약 관련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HDC는 계약일자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협상을 이른 시일 내 끝내자고 제안한 동시에 금호 측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지가 강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증명은 계약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법적 인증을 받고 문서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다. 강제력이나 법적 효력은 없지만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증거로 사용될 수 있어 HDC가 금호산업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HDC와 금호산업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가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31.05%)인 ‘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인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주 매입 대금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금호 측에게 돌아가고, 신주 인수 대금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다. 

HDC는 2조5000억원의 입찰가격을 제시하면서 금호산업에 3000억원을 구주 매입 대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조2000억원을 신주 유상증자로 금호아시아나에 집어넣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호산업은 구주 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4000억원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삼구 전 회장이 보유한 지주회사 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이 차입금을 상환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호고속은 내년 3월 말 만기가 되는 산은 대출 1300억원과 37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구주 가격을 두고 두 회사가 이견을 보이면서, 매각협상에 차질이 예상된다. HDC와 금호는 당초 오는 12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로 잠정합의했지만 현재로서는 이 또한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HDC는 지난달 중순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단을 출범 시키는 등 내년 상반기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겠단 계획이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면서 “구주 가격 문제로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금호 측에 내용증명을 보낸 것 역시 또 한번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를 드러낸 셈이지만, 금호 측에서 구주 가격을 문제 삼고 있어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본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올해 안으로 매각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지만, 본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매각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에는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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