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상장 높은 문턱 우회하는 바이오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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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상장 높은 문턱 우회하는 바이오 기업
  • 정웅재 기자
  • 승인 2019.11.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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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성 평가 강화하자 성장성·테슬라 등으로 옮겨
해당 기업 기술력 신뢰 떨어져 주가 또한 하락세
신라젠 사태 이후 한국거래소가 9월부터 기술성 평가를 강화하면서,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던 바이오 기업들이 성장성특례상장과 이익미실현 기업상장을 통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펙사벡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 사진=연합뉴스
신라젠 사태 이후 한국거래소가 9월부터 기술성 평가를 강화하면서,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던 바이오 기업들이 성장성특례상장과 이익미실현 기업상장을 통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펙사벡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정웅재 기자] 지난 9월 한국거래소의 기술성 평가가 강화되자 바이오 기업들이 성장성특례상장이나 이익미실현 기업상장(테슬라 요건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한 이들 기업들 주가 또한 시장의 의구심을 반영하듯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했거나 예정인 바이오 기업은 12개사다. 이중 기술특례상장이 6개로 절반을 차지했지만 이중 5개가 9월 이전에 상장한 기업들이다. 9월 이후에는 메드팩토 단 한 기업만이 기술특례로 상장한다.

9월 이후 상장한 라닉스·올리패스·라파스가 성장성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신테카바이오 등 연내 상장을 예고한 기업들도 이 방식을 통해 상장을 시도한다. 제테마는 이익미실현 기업상장(테슬라 요건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다.

과거 코스닥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술특례상장을 노렸던 바이오 기업들이 다른 상장 방식을 택한 이유는 한국거래소가 기술성 평가를 9월부터 강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신라젠이 기술성 평가를 AA등급으로 통과하며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들어섰지만 이후 펙사백 3상 임상에 실패하면서 기술성 평가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갔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 9월 9일부터 기술성 평가 방안으로 전문평가단 구성 요건을 높이고 기술평가 기간은 현행 4주에서 6주로 연장했다. 전문평가기관 평가단의 현장실사도 2회 이상으로 늘렸다.

절차가 강화되면서 브리짓바이오와 비보존 등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상장을 추진 중인 한 바이오기업 임원은 “평가 요건이 사업 모델과 잘 맞지 않는다”며 “바이오 기업 뿐만 아니라 타 업종에도 일괄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성장성 특례와 테슬라 요건 상장은 모두 별도의 기술성 평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증권사가 기업의 성장성을 보증해 상장을 추진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두 방식 모두 IPO 주관사가 공모주 청약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환매청구권(풋백 옵션)을 부여해 투자자를 보호한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할 정도로 부진하다면 공모가 90% 가격으로 투자자의 주식을 되사는 조건이다.

기술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지 않아도 되다보니 두 상장방식에는 바이오 기업들이 주로 집중돼 있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상장에 성공한다면 올해 성장성 특례상장 기업 5개 중 4개, 테슬라 요건 상장기업 2개 중 1개가 바이오 업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위원은 “신라젠 등 임상 실패나 취소로 인한 문제로 기술성 평가가 강화되면서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상장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다른 특례상장 방식을 통해 부담을 덜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두 상장방식 모두 기술성 평가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비교적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 또한 신통치 못하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상장한 올리패스는 공모가 2만원을 기록하고 상장일 장중 등락을 거듭하다 2만4800원에 마감했다. 22일 기준 올리패스의 주가는 1만8850원으로 공모가보다 5.7% 하회한다.

라파스의 또한 공모가 2만원으로 상장일에 2만800원까지 상승했지만 당일 10% 가까이 하락했고, 22일 기준 주가는 1만5300원으로 공모가보다 23.5% 내렸다. 제테마 경우 상장일인 지난 14일 공모가 2만1000원에 17% 이상 하락한 1만7300원에 장을 마쳤지만 현재 2만3300원까지 올랐다.

한편 다른 특례상장을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기술성 평가를 받아 기술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상장한 셀리버리는 성장성 특례상장을 추진하면서도 자발적으로 기술성 평가를 의뢰해 등급을 획득했다. 셀리버리는 22일 기준 공모가 2만5000원에서 161% 가까이 오른 6만5300원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다.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인 신테카바이오도 성장성 특례상장을 추진하면서도 기술성 평가를 통해 A등급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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