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52시간제 보완책 내놨지만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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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52시간제 보완책 내놨지만 '역부족'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9.11.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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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최근 주52시간제 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엥 대해 법정노동시간 위반 처벌을 9개월 이상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또 주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기업의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기로 했다. 

현재 시행규칙에서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보완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근본 처방은 부재한 셈이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 외엔 그다지 뾰족한 대안이 없어 '땜질식 대응'에 그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미완의 조치라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법 개정을 호소하고 있다. 건설업 특성상 특정 시기에 근무가 집중되는데다 일괄적인 주52시간제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게 건설업계 중론이다. 또 이같은 건설업 특성을 반영해 '특례업종 지정'과 '탄력근무제 시행'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보완책이 나온 것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공사 지연 가능성이 높고 돌발변수 대응에도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공사기간을 준수하지 못하면 간접비가 증가하고 지체상금, 입찰 불이익 등의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견사들의 경우에는 사실상 이렇다 할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우려가 큰 상황이다. 

물론 주52시간제 도입은 시대적 요구로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주52시간제 도입을 통해 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고 기업도 업무 질과 효율성 향상을 이끌어 내 근로자와 기업 모두 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다만 건설업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는 아직 주52시간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게 문제다. 좋은 취지의 제도라고 할지라도 현실을 외면하고 일방 강행하면 취지는 흐려지고 부작용 발생이 뒤따라 정책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건설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타 산업 대비 근로시간의 영향이 더욱 크다.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보완입법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52시간제 시행이 임박해 오고 있는데도 관련 법들이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국회문턱을 넘지 못해 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는 건설현장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 보완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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