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장관, 분담금 요구 안 먹히자 ‘주한미군 감축’ 부인 안했다
상태바
美국방장관, 분담금 요구 안 먹히자 ‘주한미군 감축’ 부인 안했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11.20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협상 전 "철수 생각 없다"더니 판 깬 뒤 "추측 안할 것"
분담금 첫 협상국 한국 제압에 가용 수단 총동원 압박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두고 한미가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 국방부가 급기야 한미 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주한 미대사가 국회 상임위원장을 불러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미 협상 대표자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한미 동맹에서 볼 수 없었던 전례 없는 모습이 연이어 연출되고 있다. 

▮에스퍼 “주한미군 감축, 예측도 추측도 않을 것”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필리핀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장관은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 도중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부가 (방위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 논의들은 유능한 사람의 손에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한 번에 한 발씩 내디디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을 ‘부자나라’라고 칭하며 “그들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증액 요구 액수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미측이 서울에서 분담금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나왔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으로 오는 도중 기내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협상이 결렬되자 말을 바꾼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감축을 부인했던 며칠 전 발언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축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도쿄 방문 길에 기내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보통의 미국인들은 전진 배치된 주한·주일미군을 보면서 몇몇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그들이 왜 거기에 필요한가. 얼마나 드는가. 이들은 아주 부자 나라인데 왜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가. 이런 것들은 전형적인 미국인들의 질문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내년 총선, 대선 앞두고 韓·美 줄다리기 팽팽

현재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앞에서는 정부를 압박하고 뒤에서는 국회에 대한 작업까지 펼치면서 전방위적으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만큼 가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앞서 전날 정은보 방위비 분담 협상 대사와 미 국무부의 제임스 드하트 대표 등 양국 협상단은 오전 10시부터 한국국방연구원에서 3차 회의를 이틀째 협상을 벌였지만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미국 측이 이례적으로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또한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관저로 불러 50억 달러를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하며 분담금을 내라고 독촉하자 “너무 무리하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해리스 대사가 부른 국회 상임위원장들 중 한 명이다. 

이처럼 미국이 분담금과 관련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한국이 분담금 협상의 첫 상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내년 3월께 일본과 분담금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또 독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도 줄줄이 협상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다른 동맹국들과의 협상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으니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내년이면 미국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가게 되고 3월쯤엔 미일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시작된다”며 “이런 사정으로 미국이 초기에 강하게 나오는데, 미일 협상이 진행되는 단계가 되면 압력은 완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우리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든 여든 야든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부담으로 느끼는 여론을 거스르기 힘들어 정쟁 개연성이 적다”며 “그런 만큼 우리 정부가 중심을 확고하게 잡고 버티면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협상력이 발휘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