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목소리에 '40조 밥그릇' 되찾은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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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한목소리에 '40조 밥그릇' 되찾은 은행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1.2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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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금융위 공모신탁 판매금지에 반발
은성수, 여야 비판에 "공모 신탁은 장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당ㆍ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은행권이 한목소리로 금융당국을 비난한 여야 덕에 40조원대 밥그릇을 되찾았다. 애초 은행권은 사모 신탁뿐 아니라 공모 신탁까지 못 팔게 막는 건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했고, 결국 금융당국도 이를 받아들였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주요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에서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왔다. 개선방안에서 알맹이는 은행ㆍ보험 창구에서 고위험(고난도) 사모펀드를 못 팔게 막는 것이다. 

은행권은 "말썽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는 '4조원짜리'인데, 그보다 10배 큰 '40조원짜리' 신탁 시장까지 사라질 위기"라고 우려해왔다. 공모 신탁이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공모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논리도 폈다.

◆은행권 "공모신탁 공모펀드와 비슷해"

은행권은 공모 신탁까지 판매를 금지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가연계신탁(ELT)이 가장 큰 문제다. 43조원에 육박하는 은행권 신탁 가운데 ELT는 90%를 훌쩍 넘어서는 40조40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는 파생결합신탁(DLT)으로 2조5000억원가량 차지하고 있다.

ELT와 DLT는 본디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LS는 개별종목 주가나 주가지수를, DLS는 금리나 신용, 원자재, 환율 같은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이런 ELS와 DLS를 펀드로 팔면 저마다 ELF와 DLF가 되는 것이다. 다시 이를 신탁으로 판매하면 제각각 ELT와 DLT로 부른다. ELS나 DLS는 펀드처럼 공모와 사모로 나뉘어 팔리고 있다. 

은행권은 사모 ELS를 금지하더라도 공모 ELS는 신탁으로 팔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원금 비보장형 ELS 잔액은 6월 말 현재 5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공모 ELS는 44조4000억원(78.4%), 사모 ELS는 12조2000억원(21.6%)에 달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DLF 가운데 원금비보장형이면서 사모인 상품 규모는 약 4조3000억원이다. 전체 신탁 시장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금융위는 개선방안에서 고난도 사모펀드뿐 아니라 신탁 판매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낳은 DLF는 고위험 상품을 담아서 사모 방식으로 판 '고난도 사모펀드'에 해당한다고 금융위에서 분류했다.

은행권은 신탁도 공모 펀드처럼 깐깐한 규제를 받고 있는 만큼 고난도 사모펀드와 똑같이 판매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ELS는 투자자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ELS는 대개 6개월마다 돌아오는 평가일에 일정조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조기상환을 실시한다.

◆여야 한목소리로 "규제 풀어야"

여야도 한목소리로 규제를 완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단ㆍ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평소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소신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그런 소신에 어긋나는, 반대되는 정책을 발표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DLF 관련문제를 일반화해 자본시장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며 "빈대 잡으려 초가 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건전한 자본시장 활성화를 역행하는 정책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앞으로 은행은 외국계 투자은행(IB)과 협의할 때 우리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해외 IB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 눈에 선하다. 규제 갈라파고스 사태를 스스로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국이 제시한 대책 가운데 은행 영업행위준칙이 있는데, 이것만 잘 활용해도 불완전판매는 해소될 것"이라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은 없던 일로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결국 은성수 위원장도 공모 신탁에 대해서는 도리어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은성수 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신탁은 사실상 사모라고 하는데,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만 할 수 있다면 (공모 신탁을) 장려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떤 상품이든 공모는 장려하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이번에 판매를 금지한 신탁 가운데 공모 상품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종합방안을 바탕으로 차질 없게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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