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률 높이려 협력 업체에 청약 강요한 대형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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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률 높이려 협력 업체에 청약 강요한 대형건설사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11.18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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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단지 청약경쟁률 높이려 청약신청 제안
협력사 직원 당첨 후 취소, 재당첨제한에 고통
공사대금 대출 때 청약경쟁률 반영하는 것도 악용
하청사 갑질에 계약자와 금융사 모두 속인 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청약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양사업장에서 협력 업체 직원들을 압박해 청약경쟁률을 조작한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업체 직원들은 청약 제한에 묶여 현재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하면서 청약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면 분양대행사, 광고대행사, 홍보대행사 등 여러 협력 업체에 청약을 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로 D건설사는 지난 2016년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를 분양할 당시 협력 업체에 ‘청약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니 청약을 해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 업체 일부 직원은 어쩔 수 없이 해당 단지에 청약을 넣었고 당첨이 되면 이를 취소했다. 이 결과 해당 단지는 순위 내 평균 2.34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H건설사도 똑같은 일을 벌였다. H건설사는 광주 태전 힐스테이트를 분양할 당시 협력 업체에 청약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해당 단지는 평균 청약률 1.98대 1을 기록했다.

건설사들이 청약률을 조작하는 이유는 청약자들의 계약률을 높이기 위함도 있지만, 공사대금을 수월하게 대출받기 위한 부분도 있었다. 금융권에서 공사대금 대출 심사 시 청약경쟁률이 반영돼 경쟁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의 갑질과 꼼수에 협력 업체 직원들은 큰 피해를 봤다. 협력 업체 직원들은 재당첨제한에 정작 본인들의 집은 구할 수가 없었다. 과거 5년 이내 다른 주택의 당첨이 됐으면 투기과열지구 또는 청약과열지구 내 민영주택의 1순위 청약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다.

청약률은 당첨자들이 계약을 결심하게 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다. 조작된 청약률에 속은 계약자들은 ‘유령단지’에 입주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계약률이 청약률을 한참 밑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커뮤니티 시설 이용 등에서 비용적인 부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경지건설이 분양한 ‘경지 아리움’은 서울 내 다른 청약 단지와 달리 청약경쟁률이 1.6대 1에 그치자 청약자들이 한 명도 정당계약 기간 내 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 협력 업체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권유’라고 표현하지만 이를 받아드리는 입장에서는 절대 거절할 수가 없다”며 “비인기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 중에서도 청약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선 여전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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