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축출·국민기업화”..국민연금 가이드라인, 드루킹 구상이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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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축출·국민기업화”..국민연금 가이드라인, 드루킹 구상이 현실로?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11.1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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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손발 맞는 정권 들어서...삼성 해체해 국민기업화”
“국민연금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핵심...주총서 오너 축출”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이달 말 실제 확정될 경우 민간기업의 국민기업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나친 기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현 정부가 이 같은 우려를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드루킹 사건이 대표적이다. 드루킹 일당은 삼성 등의 국민기업화를 위해 국민연금을 노렸고, 이를 위해 대선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김동원 씨는 대선 이후인 2017년 5월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저는 9년을 준비해왔다. 삼성 등 재벌시스템을 송두리째 갈아엎기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며 “이제 손발이 맞는 정권이 들어섰다. 이재용이 감옥에서 나오기 전에 삼성재벌은 해체하여 국민기업화 할 것”라고 주장했다.

국민기업화의 수단은 국민연금을 통한 주주권 통제였다. 이는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나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등 드루킹이 관여했던 단체들의 외부용 설명자료에 잘 드러나 있다. 2017년 1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두 단체 회원을 상대로 강연하기에 앞서 드루킹은 두 단체의 입장이 담긴 자료를 보냈다. 이 자료에서 드루킹은 “재벌 오너 일가의 인적 청산을 위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핵심”이라며 “주주총회에서 오너 일가를 축출하고 국민 기업화한다”고 적었다.

드루킹 일당의 의도는 올 1월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도 등장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 간 관계에 대해 “정치인과 지지세력 관계를 넘어서 피고인은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창출과 유지를 위해, 김동원은 경공모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도움 상호의지 하는 특별한 협력 관계”라고 규정했다.

또 판결문에는 “김 지사의 요청에 따라 당시 대선후보이던 문재인의 기조연설(2017년 1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 관여할 수 있도록 재벌개혁 방안에 관한 경공모 의견 전달할 것을 부탁해서 받기도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기조연설에서 “재벌개혁 없이 경제민주화도 경제성장도 없다”며 구체적인 재벌개혁 과제를 함께 제시한 바 있다.

이 개혁과제에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도입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대통령 사면권 제한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재벌의 업종확대 제한 △금산분리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재벌대기업 조세감면 폐지·축소와 이를 통한 재정수입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 확대 △산업용 전기료 현실화 외에 △집중투표제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노동자추천이사제 도입 등도 포함됐다.

한편 드루킹 사건을 맡은 허익범 특검팀은 고 노회찬 전 의원에게 드루킹이 접근했던 목적도 마찬가지였다고 봤다. 지난해 7월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경공모는 경제민주화라는 핵심 목표를 추구했던 집단”이라며 “여러 대기업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경제민주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노 의원에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노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연금을 다루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드루킹 일당이 먼저 노 전 의원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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