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사모펀드 판매제한 조치에 시장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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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사모펀드 판매제한 조치에 시장 위축 우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1.14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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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최대 펀드 판매채널… 성장에 타격 가능성
당국 "사모펀드 개인 비중 높지 않아 영향 작을 것"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금융당국이 결국 고위험 사모펀드에 칼을 댔다. 투자자보호를 위한 조치지만, 시장을 위축시킬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은 그 영향을 제한적으로 평가하면서 금융권을 안심시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4일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서 알맹이는 판매 절차 강화다. 당국은 일부 은행에서 공모펀드를 사모펀드처럼 팔면서 규제를 피했고, 그러는 바람에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일으켰다고 보았다. 기초자산이나 손익결정 구조가 공모펀드와 다를 바 없지만,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해 투자자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소 투자금액·고령투자자 기준 상향  

이번 개선방안에 따르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의 일반투자자 요건이 강화된다.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라가고, 레버리지(차입) 200% 이상 펀드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아진다.

아울러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돼 녹취 의무·숙려기간 부여 등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용된다. 핵심설명서 교부가 의무화되고 투자자가 파생상품의 특성·위험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 핵심설명서에 위험 경고문이 포함된다. 

특히 해당 상품은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문인력 요건을 갖춘 자로 판매사를 제한하기로 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공·사모 구분 없이 모든 일반 투자자에게 적용된다. 다른 금융투자상품들은 공·사모 모두 고령 투자자와 부적합투자자에게 해당된다.

더불어 고령 투자자는 만 70세 이상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요건이 강화돼 적용자가 237만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했다. 고령 투자자와 부적합투자자에게는 숙려기간 안에 투자자의 별도청약 승낙 의사표시가 없으면 자동으로 청약이 철회된다는 사실을 통지하는 것도 의무화된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라도 기초자산과 손익구조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모펀드로 판단해 규제하기로 했다. 사실상 공모펀드 상품이 사모펀드로 판매되는 것을 차단한 것이다.

특히 투자자 대신 기재하는 행위, 투자자 성향 분류 조작 행위 등 불완전판매 유도 행위는 불건전 영업행위로 제재할 방침이다.

◆사모펀드 시장 위축 우려

가장 큰 펀드 판매채널인 은행과 보험사가 판매제한을 당하면 사모펀드 시장이 움츠러들 수 있다. 더욱이 판매제한 조치와 함께 일반투자자 자격요건도 강화됐다.

하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모펀드 투자 규모가 일부 축소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 수준은 미미할 것이란 입장이다. 그는 “지난 9월 현재 전체 사모펀드 중 개인 판매 비중은 약 6.6% 수준에 불과하다”며 “최소 투자금액 기준 상향이 전체 사모펀드 투자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건 강화 때문에 사모펀드에 직접 투자하지 못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사모투자 재간접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에 대한 투자자 피해 우려에 대해서 은 위원장은 “1년 이상 계좌 유지, 금융투자상품(초저위험 상품 제외) 잔액 5000만원 이상 등 새로운 개인전문투자자 기준이 다양한 투자자 보호 방안과 함께 시행될 예정”이라며 “제도의 이행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추가적인 제도 보완 필요성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현재 미국(소득액 또는 자산 요건)과 유럽(투자계좌잔고 요건)은 단일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기준이 외국에 비해 느슨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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