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모저모] 병상투혼에 여고에서 시험 본 남학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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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모저모] 병상투혼에 여고에서 시험 본 남학생까지
  • 이재빈 기자
  • 승인 2019.11.14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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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자는 바람에 가까운 여고서 시험
수험생 나오는데 현관문 안열려 119 출동
경찰은 전국서 수험생·수험표 '특급배송'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한 수험생이 경찰차를 타고 고사장인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부고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한 수험생이 경찰차를 타고 고사장인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부고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수능시험 보러가야 하는데 현관문이 열리질 않아요. 도와주세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이 치러진 14일 아침,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걸려온 신고전화다. 이날 수능 시험장으로 가려던 A양은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지 않자 119에 도움을 요청했고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약 1분 만에 현관 출입문 손잡이를 뜯어내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A양은 출동한 순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잘 도착했다.

수능시험 당일 아침 전국 방방곳곳에서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의 수험생 특급배송작전부터 병원에서라도 시험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병상투혼 수험생, 늦잠을 자는 바람에 가까운 여고에서 시험을 보게 된 남학생에 이르기까지. 이날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 대방역~샛강역 지하차도 앞에서는 교통정체가 발생했다. 정체에 발이 묶인 차량들 중에는 수험생 2명이 타고 있는 승용차도 있었다. 결국 이들은 인근 지구대에 도움을 요청, 순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시험장 입실완료 시간인 오전 8시 10분이 다가올수록 “늦을 것 같다. 수험장에 데려가달라”라는 신고가 급증했다. 시험장인 용산구 용산고에 8시8분쯤 도착한 한 학생은 “길을 헷갈렸다”며 허겁지겁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경남 창원에는 늦잠을 자 경찰차를 타고 부리나케 시험장으로 향한 수험생도 있었다.

몸이 아픈 와중에 ‘병상투혼’을 불사른 수험생들도 있었다.

이날 아침 제주중앙여고에서 시험을 준비하던 B양은 저혈당 쇼크로 제주대병원으로 이송됐다. B양이 끝까지 시험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교육당국은 장학관과 대기감독관, 경찰관 등을 병원으로 파견해 시험을 진행했다.

강원도 춘천 성수여고의 한 수험생은 시험 전날 밤 맹장염 판정을 받았다. 이 학생은 강원도교육청이 마련한 응급실 내 격리병상에서 시험을 치렀다.

부산 양정고에서 시험을 볼 예정이었던 C군은 이날 늦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경찰이 C군을 가까운 덕문여고 수험장에 데려다 줬으나 이곳은 여학생 시험장이었다. 결국 C군은 부산시교육청이 파견한 감독관 2명과 함께 수능에 임했다.

수험표나 신분증을 두고와 경찰이 출동한 사건도 있었다. 14일 오전 7시 30분쯤 경남창원에 위치한 명곡고에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즉시 출동한 경찰은 학생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두고 온 물건을 챙겨 수험장으로 복귀했다.

수험생에게 손목시계를 빌려준 공무원의 미담도 소개됐다. 광진구 자양고 앞에서 교통통제를 하던 안상돈 광진구청 교통지도과 주무관은 “시계를 빌려줄 수 있느냐”는 수험생의 부탁을 받고 흔쾌히 손목에 있던 시계를 내어줬다. 그는 “나중에 관진구청 교통지도과로 가져다달라고 했다”며 “학생 사정이 급해 보여 풀어줬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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