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세상사는 법을 배워요”
상태바
“우리 아이는 세상사는 법을 배워요”
  • 김윤정 기자
  • 승인 2005.06.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식회사 ‘행복한 우리집‘ …유아 어린이집 큰 호응

학부모들 적극참여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믿음?자기발전에 기여…함께 만드는 미래사회 열어

기혼여성의 취업활동이 날로 확대되면서부터 우리 사회의 육아현실은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육아문제에 대한 해결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 저마다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이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면서 자연과 더불어 뛰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삶의 현장을 찾았다.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정릉산자락 ‘행복한우리’ 어린이집.

하늘이(5)는 오늘 캔디(5세반 담당교사의 별명), 친구들과 함께 새마을금고에 가서 통장의 돈 뺐다.

어였한 은행고객이 된지 벌써 3개월째. 오늘은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하늘이와 친구들이 돈을 모아 보내주는 날이다. 은행에서 나와 햇볕 잘 들고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행복한 우리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감자볶음, 멸치, 김치, 시금치 새우국, 그리고 잡곡밥이다.  먹거리 재료는 모두 ‘한살림’이라는 유기농 식품 취급소에서 배달시킨다.

식사는 자율배식. 하늘이는 먹을 만큼 덜어 모두 깨끗이 먹고 그릇을 내다 놓은 후 먹은 자리의 상을 닦는다. 그리고 캔디와 친구들은 함께 방청소를 끝내고 낮잠 자기 전 이를 닦고 세수를 한다. 이 모두 온전히 하늘이 몫이다.

행복한우리 어린이집 이사장 김열 씨는 “자유롭고 정해진 틀은 없지만 아이들 손으로 직접 정리하게 하는 등 최소한의 규범과 질서가 자연스레 몸에 배도록 한다”며 어린이집의 교육이념을 강조했다.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아이들에게 열린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곳. 먼 나라 유토피아의 일이 아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 직접 체험하는 자연친화적인 공동육아로 내 아이 남의 아이 구분 없이 함께 아이를 교육시키는 현장이 늘고 있다.

행복한우리 어린이집은 기차여행, 농사학교, 정릉, 북한산으로의 나들이 등 체험학습 프로그램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꼬박 한나절을 함께 지낸다.

평소에는 ‘캔디’ ‘기린’ ‘사과’ ‘삐삐’ ‘꽃잎’ 등의 애칭으로 불리는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지만 부모들도 ‘아마 활동(부모 일일교사, 청소 등)’이라는 명목으로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김열 씨는 “요즘 들어 부모의 참여가 높아 아이가 너무 좋아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다른 놀이방이나 유치원, 어린이집과는 다르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생명인 우리 아이들에게 열려있는 세계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의 생명력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행복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지난 1994년 기존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모들이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출발했다.

여기서는 바깥나들이를 일상화하고 주입식 학습이 아닌 아이들의 관심분야를 찾아 자발적 능동적인 활동을 존중한다.

텃밭을 가꾸고 작은 동물들을 키우도록 하며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이 그룹을 지어 활동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열려져 있어 어린이와 교사 부모 사이에 권위적인 상하위관계가 없는 평등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교사들과 어린이들이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격식을 차리지 않고 생활함으로써 보다 친밀하고 자유로운 관계 속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육아교육을 실천하여 아이들의 사회성과 창의성 주체성을 마음껏 키워주고 있다.

이에 대해 행복한우리 어린이집 박정명 교사는 “아이가 교사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있으나 반말을 쓰게 하는 의도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어른과 평등한 관계를 맺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에게 폐쇄된 공간에서 한글이나 숫자를 익히게 하는 인지교육과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하여 흙이 있고 풀이 있고 바람이 있는 산이나 들판 등의 나들이를 통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자연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와 접하게 함으로서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탐구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공동육아 형태는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물론 공동육아 방과 후 교실, 품앗이 육아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 5~6명 정도가 한 그룹이 되어 각 가정을 돌아가며 교육하는 품앗이 육아는 최근 들어 부쩍 부모들의 호응도가 커졌다. 이는 재정적 부담이 없고 같은 지역, 비슷한 생활 형편의 사람들이 만나므로 조직하기가 수월하다. 따로 장소가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엄마가 직접 가르쳐 교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품앗이 공동체 홍도미 회장은 “부모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품앗이를 조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졈이라며 “부담 없이 임해야 하며 맘껏 놀아주고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줘야 할 것”이라고 품앗이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품앗이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엄마들이 직접 아이를 돌보므로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고 아이가 엄마 손을 가장 필요로 할 때 같이 놀아주므로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0세부터 취학 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공동육아 방과 후 교실의 경우 초등학생이 해당된다.

품앗이 육아는 둘 이상의 가정이 모여 함께 아이를 돌보는 교육형태로 현재 약 80여 개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전국 각지에 있으며 20개의 방과 후 교실, 30여 개의 품앗이 팀이 활동 중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절반 이상이 있고 부산 대구 지역에 각각 3~4곳 대전 충청도에 각각1~2곳이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를 함께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이 운영하며 가구당 300~500만원의 출자금을 내야하고 매달 30~50만원의 보육료를 지불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