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대구시와의 약속을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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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대구시와의 약속을 잊었는가?
  • 조용국 기자
  • 승인 2013.01.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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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의혹만 남기고 15년간 방치한 옛 제일모직터
▲ 대구 북구와 칠성동의 옛 제일모직터 도심한가운데 15년간 방치돼 있다

[매일일보] 삼성라이온즈의 도시 대구. 대구시민들의 '삼성 사랑'은 잘 알려져 있지만 대구도심의 옛 제일모직 터를 둘러싸고 삼성이 대구시와의 약속이 15년째 지키지 않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삼성은 옛 제일모직 공장을 경북 구미로 옮기면서 후적지 개발을 함에 있어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요청하고 이뤄지면 전체 용도변경 면적 4만평에 초고층 빌딩과 쇼핑센터, 금융빌딩 등 업무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개발이익과 관련된 특혜 시비 차단을 위해 기존 대구시계획도로와 업무단지 조성에 따른 신설도로와 공원 신설을 위해 전체 면적의 30%에 해당하는 1만2천평을 대구시에 기부 채납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은 계획도로 및 신설도로는 물론 새로 조성될 공원에 지하주차장의 공사비를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은 물론 야외공연장과 음악당, 미술관을 건립해 기증, 대구시민들의 문화생활 증진에 기여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구시는 삼성의 업무단지조성 약속을 믿고 1996년 6월 제일모직이 구미로 공장을 이전한 이듬해인 1997년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꿔졌다. 하지만 삼성은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업기간을 당초 2005년 7월까지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같은 해 6월 대구시에 사업시행기간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준공예정일을 2010년 7월로 연장했다.

그 후에도 삼성은 사업기간 도래 1개월 전인 2010년 6월 또 다시 대구시에 공문을 보내 준공 시한을 2015년 7월로 연장한 상태다. 대구시 도시계획과가 지난 1994년 입안한 ‘업무단지조성 관련 도시계획추진’ 문건에는 사업시행기간이 만 2년으로 준공기한을 맞추려면 삼성이 지금 당장 나서야 하지만 그럴 조짐은 전혀 없다.

▲ 삼성이 대구시에 기부체납하겠다는 약속이 담겨있는 공문

이에 대구시는 사업기간 연장 과정에서 변경사업계획서를 제출받지 못했으며 수차례 공문으로 요청한 뒤에서야 제일모직 터를 소유한 3개사가 협의체를 구성했고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 남아 있는 제일모직 터는 제일모직이 전체의 71%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협의체를 구성했다지만 확인할 방법도 없고 현재까지도 사업계획서는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지금 상황이라면 2015년 사업완료도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대구시의회 안팎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업을 지연하다가 땅을 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15년간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삼성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는 대구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년 전 주거지역이었던 제일모직 터는 상업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되면서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지난 1995년 평당 약 700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2012년 10월 현재 최소 평당 2천만원으로 호가되고 있으며 개발여하에 따라 3천만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삼성은 기부 채납하겠다며 지난 2007년 완공된 도시계획도로조차 5년이 넘도록 대구시에 넘기지 않고 있다. 시세차익 주장에 대해서는 제일모직 터가 인근의 주거지역과 시세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아직 개발이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혜시비는 시비를 위한 시비라는 입장이다.

삼성이 약속한 시설 중에는 오페라하우스만이 투자우선 순위에서 밀려 공사가 계속 지연돼 오다가 2000년 11월에 와서야 착공해 2003년 8월 준공, 그해 9월에 대구시에 기부 채납(부지 8,665㎡)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삼성이 향후 업무단지 조성과 기부채납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일모직 부지를 매각할 경우 이를 막을 수단이 규정된 사업계획서 등 공적 문서가 확보돼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삼성측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듯 했다.

삼성측의 입장도 개발이 진행되면 대구시와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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