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사위, 과연 ‘인사 폐단’ 막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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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인사위, 과연 ‘인사 폐단’ 막아낼까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3.01.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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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수석 참여 자문위 가닥… ‘1인 전횡’ 차단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작은 청와대’ 조직 개편에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인사위원회’의 설치가 그동안의 인사 폐단을 막을 획기적인 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사위 설치는 인사수석이나 인사기획관 등 ‘1인 체제’로 인한 전횡을 차단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 청와대 조직에서는 인사 관련 수석급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모두 없애고 인사위에서 공직 인사를 다루도록 했다.

그러나 위원장을 비서실장이 겸임하는 것에 대해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논란이 있다.

한 정치학자는 “인사비서관을 비서실장 산하로 뒀다는 것은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챙기겠다는 의지가 커 보인다”며 “지금처럼 철통보안을 이유로 대통령의 의지가 단독으로 반영된 인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사권 부여를 골자로 한 ‘책임총리제’나 장관의 인사추천권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는 “당선인의 입장은 정부 부처의 장관에게 산하 기관장이나 공공기관 임원 등의 인사권 등을 넘기고, 청와대는 청와대 몫의 고위공무원 인사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대통령의 인사 권한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점은 인사 제도보다는 통수권자의 의지와 운영의 묘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청와대 근무 경력자들은 “역대 청와대에서도 ‘산하 기관 인사는 장관이 책임지고 한다’는 원칙은 매번 밝혔다”며 “문제는 청와대 내부에 위원회를 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얼마나 원칙을 지킬 의지가 있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사위를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이 참여하는 상설 자문위원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인사 대상자 발굴 시스템 정착을 위해 별도의 사무국을 설치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민정수석실이 후보자 검증을 담당하는 구조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는 고위공무원과 각 부처 산하기관 인사를 담당하고, 대통령은 장·차관급 인사를 챙기는 ‘분점’ 시스템이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23일 “인사위는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청와대 각 수석비서관이 참여하는 상설기구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무슨 인사를 할 때마다 그때그때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위원, 사무처를 갖춰서 인사를 대비하는 기구”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에게 공직후보를 선정해 보고하기 직전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인사안을 상정해 논의하는 ‘인사추천회의’와 인사수석제를 모델로 새 정부 인사위를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노무현 정부 인사추천회의는 매주 회의를 열어 공직후보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최종 승인받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어느 정도 분산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렇게 올라온 대상자를 거의 예외 없이 수용하는 방법으로 회의에 힘을 실어줬다.

박 당선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문위원회 성격인 인사위에 독립 사무국을 설치해 운영의 실효성을 담보할 방침이다.

관련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사무국은 인사 소요 발생에 대비해 역량과 인품, 평판을 바탕으로 한 국가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인사위 회의에 단수나 복수의 후보를 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민정수석실은 사정 기능보다는 이들에 대한 검증 기능에 치중한다는 복안이다.

인사위가 사실상 박 당선인이 공약집에서 밝힌 ‘덕망과 능력이 있으면 여야를 떠나 발탁하는 대탕평인사 추진’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는 셈이다.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특징은 역할이 분명한 어느 한 기구가 행사한 권한은 국민의 거국적인 반대 같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그 뜻을 지켜주고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방식은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측근·실세가 공직인사에 입김을 불어 넣는 인사 전횡과 산하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폐단을 줄일 수 있다.

대통령은 장·차관급 정무직 인사에 전념하고, 그 이하 직급은 단계적인 상향식 인재 추천 시스템을 국가 인사의 기본으로 확립되는 부수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인수위는 인사위 인사 대상을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는 모든 공직자, 각 부처 산하기관·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정하고, 대통령과 각부 장관의 인사권과 충돌하지 않는 방안을 담은 관련 법령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가능한 범위의 권한을 대폭 장관들에게 위임해 부처 및 산하 기관장 인사권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인수위 출범으로 공공기관 임원 ‘낙하산 인사’ 관행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기업 28개, 준정부기관 83개, 기타 공공기관 177개 등 288개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공공기관의 임원 가운데 다수를 대통령, 기획재정부 장관, 주무부처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만 살펴보더라도 대통령 임명직이 106개, 기재부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는 234개, 주무부처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 575개에 달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원은 통상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일정 규모 이하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다.

이들 직을 두고 낙하산 인사 논란은 반복됐다.

공기업 임원의 경우 최고권력자나 실세가 사전에 낙점한 인사를 장관이 제청해 정해진 절차를 유명무실하게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는 임원직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전문성과 무관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빈번해 낙하산 의혹을 키웠다.

인수위는 인맥과 친분을 통한 추천을 지양하고 인사위원회라는 시스템을 통해 검증하기 때문에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박 당선인이 장관이 실질적으로 산하기관 인사권을 행사토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청와대의 인사 개입 시비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수위의 이러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게 사실이다.

우선 장관이 인사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면 산하 기관에 대한 장악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각 기관장이 대통령이나 청와대 실세에게 줄을 대기보다는 기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이고 장관도 ‘손발이 맞는’ 인사를 선임할 것이므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의 입김이 줄어든 자리에 부처 ‘낙하산’이 늘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장관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면 능력과 상관없이 타 부처나 민간 출신의 기회는 줄고 같은 부처 퇴직자가 유리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를 만들지 않더라도 지금 정해진 법대로만 실행한다면 인사에 부당하게 관여할 소지가 적다”며 제도보다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공기관 임원을 임명 방식을 규정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게 아니라서 큰 틀에서는 같은 절차를 따를 전망이다.

그래서 인수위가 장관의 인사권을 보장하는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현 정부에서도 인사추천회의가 발전한 인사추천위원회가 청와대 내에 있었다.

대통령실장을 위원장으로 정무수석, 민정수석, 총무기획관을 비롯한 관계수석과 인사비서관 등 모두 10명이 참여하는 협의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유명무실’해지면서 ‘인사비서관-대통령실장-대통령’의 3단계 인사시스템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측근·실세가 공직인사에 관여하면서 인사를 망쳤다는 비난도 받았다.

결국 고소영·강부자·회전문 인사 등의 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사 실패가 정권 초기부터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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