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으로 치닫는 ‘난지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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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으로 치닫는 ‘난지골프장’
  • 홍세기 기자
  • 승인 2005.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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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개장 허용을” VS 서울시 “무조건 기부채납”

환경연합, “공단의 시민 사기극 치워라”
“대중골프장은 빛 좋은 개살구 여론 비등”

완공 1년이 지나도록 개장이 미뤄지고 있는 난지 골프장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공단은 난지 골프장의 체육시설업 등록을 받아들여 대중 골프장으로 개장하게 해달라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영리목적의 체육시설업 등록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공단은 각각 ‘무조건 기부채납’과 ‘등록 조건부 기부채납’을 주장하고 있는 것.

난지도 골프장은 서울 마포구 옛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활용해 만든 생태공원 내 조성된 6만6000평, 9홀 규모의 골프장으로 2003년 3월 투자자로 선정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46억원을 투입, 지난해 4월 완공됐다.

그러나 골프장을 ‘공공체육시설'로 분류해 이용요금 결정권을 시가 가져야 한다는 서울시측과 골프장을 ‘체육시설업’으로 등록해 공단이 관리해야 한다는 체육진흥공단의 입장이 대립되면서 1년 가까이 개장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측은 지난해 3월 난지도 골프장 운영권이 시에 있다는 조례를 제정하고, 마포구도 공단의 체육시설업 등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맞서 공단측은 지난해 7월 조례 무효확인 소송과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 잇따라 승소했으나 시가 항소할 뜻을 밝혀 골프장의 개장을 앞두고 갈등하고 있는 것.
공단측은 “체육시설업 등록과 동시에 난지 골프장 시설 전부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겠다”며 “서울시와 마포구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무효 확인소송과 등록거부취소 청구소송에서 최근 잇따라 승소한 만큼 즉시 골프장을 개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공단은 또 8일자 일간신문에 일제히 ‘이명박 서울시장님께드립니다-난지 골프장을 하루속히 개장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는 광고를 게재하며 서울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여기에 한국 골프장 경영협회도 공단측에 힘을 실어주고 나섰다.

골프장 경영협회 관계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46억원을 들여 만든 난지 골프장을 값싼 이용료로 막연하게 공원처럼 사용해야한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명분이 약하다”며 “서울시는 공단의 체육시설업 등록을 즉각 받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측은 “난지 골프장이 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당초 약속한 ‘준공 즉시 기부채납’ 의무를 체육공단이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공단이 영리 목적의 체육시설업 등록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공체육시설이 아닌 체육시설업으로 등록을 허용하면 골프장이 사적인 시설로 간주돼 이용료 인상을 포함해 회원권을 분양할 경우에도 별다른 제약 수단이 없어진다는 것.

이와 관련해 서울시 소송대리인인 고승덕 변호사는 “난지골프장의 체육시설업 등록을 허용할 경우 ‘회원제 운영’, ‘과다요금 책정’ 등 당초 골프장 건설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서울시가 공단을 제어할 법적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심 재판부가 공단이 투자한 146억원을 비중있게 본 반면,1500억원에 해당하는 토지 가치는 인정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땅을 공단에 무상 제공한 서울시의 권리가 더 크게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용호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양측 변호인단이 추가 협의를 하기로 한 당초 약속을 어기고 공단이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약속 위반”이라며 “공단의 체육시설업 등록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단은 협약서대로 조건 없이 기부채납한 후 개장하고 공공시설인지 체육시설업 등록대상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소송결과를 따를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무조건 기부채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단에 난지 골프장의 건설 및 투자비를 보상하고 협약을 해지한 뒤 골프장을 강제수용 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공단이 골프장 조성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비용 120억원과 이자 등 약 150억원을 모두 되돌려 주고 협약을 해지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운영권을 강제로 수용하는 권한 발동도 선택지에는 포함되어 있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당초 서울시와 공단이 맺은 협약서대로 이행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공단이 골프장에 적극 투자하도록 해 놓고 이제 와서 허가를 못 해주겠다는 서울시의 논리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골프장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공단은 한달에 1억 50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서울시가 지연작전으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환경연합측은 “난지도 골프장 옆 하늘공원은 주말이면 수만 명이 찾는 명실상부한 서울의 가족공원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에 40%로 조성된 가족공원을 개방하기는커녕 인근 도로까지 점거하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 아닌갚라며 공단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환경연합관계자는 “골프장은 난지도 노을공원의 6만평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최소한 6천억원 상당의 혈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6만평의 공원을 만들 수 있다”며 “이미 조성되어 있는 잔디와 나무를 이용해 약간의 비용만 추가된다면 아주 저렴하게 가족공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한 채 기껏해야 하루 300명 정도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골프장이 들어서 있는 것이 바로 경제적 손실이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대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준공된 지 1년이 넘도록 난지 골프장은 개장을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기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한편,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환경·시민단체에서는 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만들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난지도 공원을 골프장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생활녹지가 부족한 서울시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또 공단측의 주장에 대한 비난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측은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대중골프장이라고 주장하는 공단측은 맹꽁이나 파충류를 위한 생태통로를 건설하는 등 난지골프장에는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충분히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이라고 설명했으나 골프장 관계자가 인정하듯이 잔디 보호를 위해 비료가 뿌려지는 곳을 생태적이라 할 수 없다”며 “또한 골프장으로 인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생태계 및 한강 오염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골프장이라는 공단측 주장은 시민을 기만하는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공단은 40%의 가족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는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조성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골프공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민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며 반문했다.

다시 말해 공단측이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산책로를 가족공원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시민에 대한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또 “택시기사도 칠 수 있는 저렴한 골프장이라는 말 역시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면서 “골프장의 제한된 이용허가를 고려한다면 서울시민이 한번 골프를 치려면 8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대중 골프장’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기만하는 공단측은 대국민 사기극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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