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이익 누구 몫인가?”… 우리 사회에 질문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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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이익 누구 몫인가?”… 우리 사회에 질문할 시기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10.28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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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신청한 재건축·재개발 단지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8월 발표한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도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분부터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원안에서 한발 물러난 셈이다.

앞서 정부는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기대이익보다 크다며 강행 의지를 내비쳤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은 예상보다 격렬했다. 수억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누구라도 이들의 행동을 일정 부분 수긍할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개발에 따른 이익을 누구 몫으로 할 것인지로 귀결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를 이를 간과했다. 주택소유자들과 무주택자, 건설사 등 각 주체의 욕망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 채 인간의 선의에만 기댄 것이다.

물론 부동산 문제는 사회경제적으로 폐단이 크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 자원 배분의 왜곡과 비효율, 소비 위축,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연대의식 약화, 저출산의 주된 원인 등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다수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런 이유로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하고 오른 집값이 또다시 분양가를 끌어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완벽히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도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어쩌면 당장의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정면 대결을 피해 쉬운 길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부동산을 통해 얻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며 이는 공공에서 환수해 모든 국민에게 고루 혜택을 나눠야 한다는 근본적 인식 개선 없이는 어떤 정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힘들고 어렵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정부는 국민과 이 명제로 토론해야 한다. 그리고 설득해 내야 한다. 서둘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로써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으로 사고와 사상의 지평을 넓혀 합리적 해답을 찾아야한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 줄 가장 큰 유산은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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