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경주 시내면세점사업 돌연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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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 경주 시내면세점사업 돌연 포기
  • 성현 기자
  • 승인 2013.01.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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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승인 받은 지 10일만…자금 사정이 원인

[매일일보 성현 기자] 서희건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경주 시내면세점 사업을 돌연 포기했다. 관세청에 면세점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지 한달, 사전승인을 받은 지 불과 10일만이다.

관세청 대구본부세관 포항세관 관계자는 “서희건설이 지난 10일자로 경주 보문관광단지내 면세점 특허 사전승인 자격을 반납하고 사업운영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서희건설은 포항세관에 보낸 공문을 통해 “건설 경기가 침체돼 있어 공격적으로 나서기가 곤란하다”며 “자금 사정이 나빠져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어 면세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포기 사유를 전했다.

이어 “본업이 아닌 분야라 생소하며 사업 분석 결과 수익성에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면세점 사업은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의 루이비통 유치전 등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비춰지지만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명품 업체의 입김이 세고 다른 매장과의 차별화 전략도 세워야 되는 등 만만치 않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서희건설은 지난달 4일 관세청에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신청서를 내며 면세점 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매장 위치는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호텔현대 1층으로 면적은 658㎡다. 호텔 측과 임대가계약도 맺은 상태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파트 브랜드 ‘서희스타힐스’로 잘 알려져 있고 연매출도 1조원 상당이었지만 오랜 기간 침체돼 있는 국내 부동산 경기가 이 중견건설업체를 면세점 시장으로 떠밀었다.

서희건설은 경주 이 외에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달 7일 개최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 설명회에도 참석하는 등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경주 지역 상공인들이 이 지역 태생인 이봉관 회장에게 면세점 유치에 나서달라고 요구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청이 각 시도별로 단 한곳만 신규 특허를 허가해주기로 공고한 가운데 경북 지역에 다른 신청업체도 없어 서희건설은 지난달 31일부로 사전승인을 받았다.

사전승인은 사실상의 신규 특허로 이에 포항세관은 지난 4일부로 서희건설에 매장 오픈이 가능하다는 통보까지 했다.

그러나 건설 경기가 발목을 잡았다. 서희건설이 사업계획서에서 밝힌 매장 인터리어 및 임대료 등 개점 비용은 22억원인데 명품가방 등 고가제품으로 구성될 판매물품을 사들이는 비용까지 합산하면 실제 투입 금액은 연간 1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서희건설은 지난 2011년 매출액 9658억원에 영업이익 142억원을 거뒀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당기순이익은 13억원에 불과하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944억원으로 유동 차입금 1088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종합건설업계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4%대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또 경주시내 상공인들이 시내 면세점 입점을 희망하며 위치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됐다.

경주시내 상공인들은 현재 경제적 파급효과를 주장하며 면세점의 시내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본업이 아닌 사업이라 신청 당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당초 이달 발로 발표될 것으로 보였던 사전 승인 대상자가 신청 마감 이후 한달만에 공개돼 준비 기간도 짧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희건설이 입점 포기 선언을 함에 따라 경북 지역에 시내면세점 신규 입점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포항세관 관계자는 “관세청이 지난해 시내면세점 신규 허가를 신청을 하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재신청을 받고 있지만 경북은 이미 사전승인까지 나온 상황에서 서희건설이 포기한 것이라 해당되지 않는다”며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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