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경제 위기감’ 사라지고 ‘자화자찬’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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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 ‘경제 위기감’ 사라지고 ‘자화자찬’만 있었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10.22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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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 평가·신용등급평가 등 유리한 자료만 인용
왜곡 논란 통계 내세워 소득 양극화·일자리 대란 외면
혁신 확산 강변·국가부채 급증 재정 부실 논란도 일축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한국 경제의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채 장밋빛 낙관론으로 가득했다. 시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저물가 시대에 접어들고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거세지만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는 유리한 통계와 자료만이 등장했다. 그동안 수 차례 문 대통령의 경제현실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시정연설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인식 오류의 종합판이나 다름 없었다. 

▮일부 지표만으로 “경제 건실함 높이 평가”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며 2016년 26위에서 오른 이후 3년간 연속해서 17위, 15위, 13위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특히 우리는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라며 “또한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 중국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견실함은 우리 자신보다도 오히려 세계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지적하는 다른 평가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도 무디스와 피치의 신용등급평가를 근거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인 유승민 의원은 “1997년 가을, IMF위기가 닥치기 직전에 당시 경제부총리는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말했다”라며 비판한 바 있다. 유 의원은 “그들은 우리 경제의 지난 실적을 갖고 신용평가라는 걸 할 뿐이지, 우리 경제 앞에 놓인 위험은 보지 못한다”며 “1997년 IMF로부터 치욕적인 구제금융을 받기 바로 직전까지 무디스, 피치, S&P가 우리 경제에 어떤 신용등급을 매겼는지 그 기록을 찾아보라”고 했다.

▮‘노인 알바’ 지적에 “일하는 복지가 낫다”

문 대통령은 기업 투자와 고용지표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했다. 모두 현실 왜곡 논란에 휩싸인 통계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를 국정과제로 삼고, 신성장 산업전략, 제2벤처붐 확산전략, 수소경제 로드맵, 혁신금융 비전 등을 추진하며 혁신역량을 키우기 위해 투자해왔다”라며 “그 결과 ‘혁신의 힘’이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의 힘’과 관련해선 “소득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올해 2분기 가계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라고 했다. 이어 “일자리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의 평균 고용률이 66.7%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청년 고용률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라며 “8월과 9월 취업자 수가 45만 명과 34만 명 넘게 증가했다”고 했다.

이는 정부의 혁신경제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으며, 소득 양극화와 실업난이 해소되고 있다는 강변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듭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고, 정부가 세금을 투입한 단기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통계 수치만 개선됐을 뿐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재정으로 단기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이 있지만 일하는 복지가 낫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정처 “9년 뒤 국가채무 1490조 넘을 것”

문 대통령은 적극재정을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재정전건성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충분할 정도로 성장했고, 매우 건전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근거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지 않는다”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날 국회예산정책처는 ‘2019~2028 중기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5%로 예상하며 2023년에는 48.2%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정부 추산과는 다른 내용이다. 예정처는 2028년 국가의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면서 국가부채가 149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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