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키운 안심전환대출…수요예측 실패 이어 실행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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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만 키운 안심전환대출…수요예측 실패 이어 실행도 ‘난항’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0.16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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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주금공 한정 인력이 2달 내 24만건 처리 불가능” 규탄
이정환 사장 “심사지원특별팀 편성…기존 업무 소홀함 없이 진행”
지난 15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의 국정감사에서 이정환 한국금융공사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의 국정감사에서 이정환 한국금융공사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연 1%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수요예측 실패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출 실행 가능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한정된 인력으로 수십만 건에 달하는 서류 심사를 두 달 만에 끝내는 게 무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문제가 없다고 밝혀 향후 예정된 시기에 대출 시행이 제대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진행된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분에 대해 낮은 주택 가격순으로 대상자를 선정 및 심사한 뒤 다음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순차적으로 대출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접수된 안심전환대출의 누적 신청은 약 63만5000만건으로 총 73조9000억원이 신청됐다. 이는 금융당국의 총 공급가능 규모인 20조원을 넘어선 금액으로, 금융당국은 한도 내에서 주택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대상을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상 주택 가격은 상한 2억1000만원~2억8000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건이 공급 한도액을 3배 이상 초과하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 직원들이 기한 내 심사가 가능한지의 여부다. 특히 금융당국의 수요예측 실패로 36만여명이 안심전환대출 혜택을 못 받게 되면서 서민에게 희망고문이 됐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의 부실 문제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0일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달 신청접수를 마친 안심전환대출의 공급규모가 약 20조원인 가운데, 금융위가 예상한 지원 대상 주택가격 상한이 2억1000만~2억8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심사대상 건수는 대략 24만건이 될 전망이다”며 “2달 안에 24만건의 심사를 처리하라는 금융위의 계획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연말까지 24만건을 심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냐”며 “본사 직원 전체를 심사에 투입하겠다고 하는데, 이 인력이 안심전환대출 심사에 투입되면 다른 일들은 뒤로 미뤄놓겠다는 의미냐”고 지적했다.

추 의원의 지적대로 주택금융공사의 직원들의 안심전환대출 업무 처리로 해당 대출 외의 일 처리는 우선순위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에서 배제된 기존 고정금리대출자들을 위해 연 2% 초반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보금자리론’ 대환을 제시한 상황. 주택금융공사 직원들은 안심전환대출 심사 뿐 아니라 보금자리론 심사까지 다뤄야하는 처지다.

주택금융공사의 이런 부분은 고스란히 주택금융공사 대출 상품을 이용하려는 차주들의 대출 제한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주택금융공사의 대출 심사가 늦어진다는 말이 시중은행에서 돌면서 가을 이사철 대출 시행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용을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는 A씨는 “이사 준비를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은행 직원이 현재 안심전환대출 심사로 주택금융공사에 일이 몰려 보금자리론 대출 심사가 2~3달 걸릴 수도 있다고 해 일반 금리 상품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 의원의 이 같은 지적에도 이정환 사장은 “현재 심사지원특별팀을 편성한 상태”라며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업무도 소홀함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답해 내달부터 실시되는 안심전환 대출 시행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요 예측 실패로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시행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주택금융공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장담한 만큼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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