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 “황희 정승이 봤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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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 “황희 정승이 봤더라면…”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10.10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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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아주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사활을 걸고 달려든다는 느낌이 든다. 배터리 사업이 정말 예상대로 ‘제2의 반도체’가 된다면 충분히 걸어볼 만한 도박이다.

소송에 소송이 꼬리를 물고 있어 이제 제3자 입장에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쉽지 않다. 1~2년 간 긴 소송 끝에 결말이 나지 않는 한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선 사례들을 볼 때 이들의 싸움은 결국 끝장을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산업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최근 해외 각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뤄지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의 투자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사실 대화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줄 것은 주는 것이 국익에 있어 가장 합리적 방안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기업의 이익 측면에서 볼 때 쉽게 결단을 내리기 힘든 문제임에 틀림없다.

물론 국익을 개인의 이익에 우선시하는 것이 옳다지만, 개별 기업과 개인의 이익이 무시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아마 ‘중국’이나 ‘북한’이 아닌 이상 기업과 개인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받고 지켜야할 소중한 것이라는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2019~2020년을 원년으로 전기차 등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의 두 기업이 죽일 듯이 전쟁을 벌이는 것은 아쉬움이 크다.

아마 조선 시대 황희 정승은 집의 여종이 서로 싸우다가 한 여종이 와서 다른 여종의 잘못을 일러바쳤을 때 “네 말이 옳다”고 했고, 다른 상대편 여종이 꼭 같은 말을 하자 또 “네 말이 옳다”고 맞장구를 쳤다. 마침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카가 “아무개는 이러하고 다른 아무개는 저러하니 이 아무개가 옳고 저 아무개가 그릅니다”고 나서자 황희는 또 다시 “네 말도 옳다”고 하며 독서를 계속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아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양측 입장을 들어본 이라면 황희 정승과 같은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그만큼 제3자 입장에서는 가치판단이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법원이 가치를 어느 쪽에 두느냐에 따라 판결이 날 문제다.

세상은 가치판단이 어려운 일에 대해 법정 판결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이 문제 역시 현재로선 그렇게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아쉬운 점은 황희 정승과 같은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승리는 곧 누군가에게 커다란 손실로 작용할 것이다. 두 기업이 서로 피해를 볼 수도 있고, 소송전에 따라 소모되는 기력과 비용도 상당할 것이다.

배터리 분야의 성공이 과연 확실한 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문제다. 필자가 그나마 좀 아는 철강업계 사례를 언급하자면, 한 순간의 잘못된 시장분석은 이후 투자에 대한 어마어마한 손실을 안긴다.

일례로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강판은 지난 2012년 LED 시장분석에 실패해 MCCL 설비투자를 허공으로 날린 적이 있다. 장밋빛으로 내다봤던 LED 시장은 허상이었고 당시 투자비 412억원은 공중분해됐다.

TCC동양 역시 중소기업을 인수하며 착실히 사업군을 넓혀 가던 중 강관 피팅 사업의 밝은 전망을 내다보고 인수한 벤칸코리아가 망하며 자율협약 신세로 전락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물며 배터리 사업 부문은 규모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실 배터리 분야의 전망에 대해서 긍정적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전기차 부문의 성장이 늦춰지거나 수소사회의 구현으로 수소차에 전기차가 밀릴 수도 있다.

결국 정해지지 않은 미래 시장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두려움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사업구조에도 불구하고, 대대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도 있겠지만 오히려 살기 위한 생존을 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낳는다는 말도 있듯이 배터리 분야의 성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다만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각 기업이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정당당한 싸움이 반드시 승리를 장담하지 않기에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

누가 소송전의 승리자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전세계 배터리 전쟁에서는 한국이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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