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연말 시한 힘겨루기...김정은, 대미 압박 위해 방중 가능성
상태바
북미 연말 시한 힘겨루기...김정은, 대미 압박 위해 방중 가능성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10.06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LBM 쏜 북한, 이번 스톡홀름 회담서 성공 여부에 관심 없어"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연말을 시한으로 또다시 힘겨루기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 압박 차원의 방중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북한이 연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 없이 이번 실무협상을 임하고 있으며, 오히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디딤돌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6일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실무협상 결렬 3시간 만인 5일(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께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실무협상을 진행하자는 스웨덴 주최측의 초청은 거절한 채 새로운 기한을 정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스웨덴 주최 측의 제안을 찬성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려 실무협상 진전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북한이 실무협상 중단 카드를 내세워 미국을 압박한 셈이다. 

미국 측의 제재 완화를 기대했던 북측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실망을 나타내면서, 북한이 중국과 밀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싱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은 실무협상을 허용하겠다는 DMZ(비무장지대) 약속을 지켜야 했고, 협상은 그 작업을 한 것이다. 협상에서 뛰쳐나와 미국의 적대 정책을 비난하는 '통상적인 각본'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미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국장도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 시점에서 김 위원장의 다음 행보는 한동안 소문이 돌았던 것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추정해야 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외교적 해결책을 원한다고 주장하면서 시 주석에게 로비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다른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북·중 외교 관계 수립 70주년을 계기로 다시 베이징을 방문, 무상 원조를 받기 위해 이번 협상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중국은 지난 9월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통해 북한에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라고 권고했다가 거부당하는 등 북한과 각을 세운 바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과 협상해 보라는 시진핑 주석의 요구를 들어주지도 않고서는 경제 원조를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또 북한이 미국과 실무협상 장소·날짜까지 합의해 놓고 불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실무협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이번 실무협상을 중국 방문을 위한 디딤돌로 삼고있다는 주장에 힘이 쏠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