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위, ‘인터넷은행’ 보여주기식 행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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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위, ‘인터넷은행’ 보여주기식 행보 안돼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10.0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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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이 법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행법의 특례를 정함으로써 금융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해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제정 목적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은행 특례법 입법 취지에 맞는 정책을 펴고 있는지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정적인 은행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엄격히 따지기보다는 인가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제회계(IFRS) 기준상 부채에 해당하는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해달라는 인터넷 유력 신청자인 토스의 요구에 금융위원회가 상환우선주의 상환기간을 장기간 연장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채를 자본으로까지 봐주면서까지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를 앞두고 인가 희망 기업에 종합컨설팅을 제공하면서 금융업계는 한층 냉소적인 반응이다. 불과 4개월 전에 토스뱅크와 키움뱅크는 각각 주주구성과 혁신성 부족으로 예비인가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금융당국이 컨설팅을 통해 인터넷은행을 억지로 만들고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종합컨설팅 제공이 다소 이상하긴 하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재수생은 재수 학원이나 입시 컨설팅 학원 등을 통해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교육부가 나서서 재수생의 입시 컨설팅을 해주지는 않는다. 금융당국은 원칙에 따라 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다. 금융위원회는 개인 학원이 아닌데 마치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탈락자에게 오답 풀이를 해준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올해 초 홍콩이 8개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승인했으며,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전역과 미국, 이스라엘까지 인터넷은행 인가 추진이 활발한 추세인데 인터넷 강국인 한국만 늦어지는 것에 조바심이 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난해 인터넷은행을 규제 완화 1호 사업으로 선정한 상황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취임 성과로 인터넷은행만한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금융위원회는 원칙에 입각한 인허가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행보나 실적 때문에 자격이 되지 않는 사업자에게 인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 키움과 토스를 위한 끼워맞추기식 정책으로 당장 흥행에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향후 금융소비자들이 받게 될 피해가 어떤 문제로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예금자 보호와 직결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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