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광풍 원인, ‘분양가 상한제’ 탓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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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약광풍 원인, ‘분양가 상한제’ 탓만은 아니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09.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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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 우려해 수요자 몰렸다는 시각은 단편적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는 입지 때문이라는 의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의 견본주택에 내방객들이 몰려 입장을 위한 긴 대기줄이 형성된 모습. 사진=전기룡 기자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의 견본주택에 내방객들이 몰려 입장을 위한 긴 대기줄이 형성된 모습. 사진=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탓에 최근 서울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수요자들이 앞다퉈 청약시장에 몰렸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시각이 단편적인 분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사당3구역 재건축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은 일반공급 89가구에 1순위 청약자 1만8134명이 몰려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평균 경쟁률 203.8대 1을 기록 했다.

지난 2일 은평구 응암동 일대를 재개발하는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2차’는 평균 75.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5일 분양한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과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도 각각 54.9대 1, 43.5대 1 평균 경쟁률로 마감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예고로 이런 청약과열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말 청약과열과 분양가 상한제 간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38개 단지를 모두 확인한 결과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의 청약 성적은 입지적 장점 덕으로 볼 수 있다. 꾸준히 수요가 많은 송파권역인 데다 위례 신도시와 인접해 있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 변수가 없던 지난 4월 분양한 ‘송파 위례리슈빌 퍼스트클래스’는 70.2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수요자에게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계룡건설산업에서 분양한 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으로 갑자기 청약 인파가 늘어났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입지만으로는 모든 게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 4월 분양한 청량리역세권 분양 단지인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입지와 가격, 건설사의 인지도 등이 비슷하지만 평균 경쟁률은 31.08대 1, 4.64대 1로 큰 차이를 보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처음 언급한 지난 6월 말 이후 한 달여 뒤 분양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평균 경쟁률(16.53대 1)도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분양 가구가 적어서 발생했다. 이 단지에는 117명 모집에 3636명이 청약했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 훨씬 많은 인원(4857명)이 청약했으나 모집 가구가 1046명이어서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게 집계됐다.

특히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1만9754명이 청약에 몰렸으나 모집 가구가 1195명으로 세 단지 중 가장 많다. 이런 변수를 제거한다면 사실상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경쟁률이 가장 높다는 게 당시 분양 관계자의 평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분양가 상한제가 청약시장 과열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은 가격‧입지적 특성, 미래가치, ‘묻지마 청약’에 따른 허수 등 여러 변수를 완전히 배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상수로 삼아 풀어낸 엉터리 답”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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