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후보 없는 민주노총, 위기 속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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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후보 없는 민주노총, 위기 속 전성시대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2.12.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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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은 확대…투표 참여 독려 긴급 호소 “이수호·권영길 지지”
▲ 지난 13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김순자·김소연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공>

[매일일보]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약칭 민주노총)에게 2012년은 혹독한 시련의 시기이면서 동시에 가장 영향력과 존재감이 확대된 아이러니한 한 해였다.

4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 발생한 부정선거 파문으로 ‘배타적 지지’대상이었던 통합진보당의 해체에 가까운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민주노총 조직 역시 사분오열되었고, 집행부 선거과정에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비대위 체제로 대선 국면을 맞음에 따라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방침도 결정하지 못해 1995년 창립 이후 치러진 대선마다 공식 지지후보를 발표했던 전통도 이어가지 못했다.

특정 후보 지지방침을 세울 수 없게 된 민주노총은 그 대신 투표시간 연장 및 노동자 투표권 보장 운동을 전개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고, 공식지지 후보가 없는 대신 전체 선거판에 주노총과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후보들을 포진시키면서 오히려 더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우선 대선에 출마한 7명의 후보들 중에 과반인 4명이 우호적인 관계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16일 사퇴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민주노총 및 산하단체들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노동·인권 전문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들이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소연·김순자 후보는 소속 조합원이다.

더욱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와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등 양대 재보궐선거에서 각각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이수호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공히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보면 가히 ‘민주노총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긴급 호소문을 통해 독자적 노동자 후보를 처음으로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전체 선거판세에 갖는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 점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긴급 호소문에서 백석근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노동자 참정권 운동을 힘있게 전개하여 18대 대선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시켰고 정치권은 물론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는 역동적인 투표참여운동으로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역대 최박빙 판세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은 우리 노동자들의 투표참여가 승패를 가르게 된다”며, “서울시 840만명·경남도 260만명 등 천만명이 넘는 유권자의 눈길이 민주노총 후보인 이수호 서울교육감 후보와 권영길 경남지사 후보에게 쏠려 있다. 권영길과 이수호의 당선이 곧 진보적 내용을 체우는 것이고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철탑에 올라가 있는 동지들이 무사히 내려 올 수 있도록, 최저임금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더 이상의 노조파괴 폭력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꼭 투표하자”며, “가족들과 함께 투표하고 주변에 있는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의 투표권이 침해되지 않는지 살펴보고 보호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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