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위급대화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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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고위급대화 먹구름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9.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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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회담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회담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미 실무협상 개최가 두 달 넘게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북한이 대사급인 리용호 외무상을 파견하지 않고 대사급으로 변경 파견할 것이라고 공식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일정까지 고려하면 북미협상의 교착상태는 더욱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RFA “리용호 유엔총회 불참… 대사급으로 변경 통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일(현지시간) 북한이 74차 유엔총회의 일반토의 기조연설자를 장관급에서 대사급으로 변경해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북한은 지난달 장관급 이사를 유엔총회 기조연설자로 통보했고 오는 28일 후반부 회의 4번째로 계획돼 있었으나 기조연설자를 대사급으로 바꿨다. 또한 일정도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 30일 전반부 회의 13번째에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유엔총회에는 리 외무상이 아닌 현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김성 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엔 관계자는 “’일반토의 잠정 명단’은 말 그대로 잠정 명단이며 최종 명단이 나오더라도 유엔 회원국 사정에 의해 기조연설자와 참석여부가 연설 직전에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불참 보도와 관련, “북한 측 대화 상대로부터 연락이 오는 대로 즉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면서도 유엔총회 기간 북미 간 대화 가능성 여부 등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北美협상, 북중정상회담 후 10월 이후로 길어질 수도

북한이 유엔총회 참석 인사를 당초 예정된 리 외무상에서 대사급으로 바꾼 것은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점과 관련이 있다. 앞서 북한 대미협상을 담당하는 북한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미국 측의 협상팀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달 23일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향해 “일이 될만하다 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간다”며 “폼페이오는 갈 데 올 데 없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31일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폼페이오의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돼 있는 조미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며 “미국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북한의 이번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불참을 두고 북한의 폼페이오 장관 경질 입장과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이달 말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북미 협상 지연에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지난 2일부터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을 두고 10월 북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북미 대화와 한반도 정세 변화가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만남을 가져왔다. 이에 중국과 북한이 미국에 대해 전략적 공조를 펼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외교 일정까지 감안할 때 북한은 당분간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미협상은 북중정상회담이 끝나고 10월 이후로까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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