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의 발상전환, 산은 '부실 처리반'서 '혁신기업 육성' 변신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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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의 발상전환, 산은 '부실 처리반'서 '혁신기업 육성' 변신 주도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9.03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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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정책기조 재정립…'넥스트라이즈' 등 혁신플랫폼에 투자 "벤처생태계 한 축으로"
지난 7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던 스타트업 페어 '2019 넥스트라이즈' 개막식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던 스타트업 페어 '2019 넥스트라이즈' 개막식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재벌, 대기업 위주가 아닌 혁신기업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바로 산은이 해야 할 일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9월 취임 1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던졌던 일성이다. 그리고 그가 약속했던 이같은 정책 기조가 올해 들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위주의 이른바 '부실기업 처리반' 꼬리표를 떼고, 혁신기업 발굴과 육성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산업은행법 1조는 ‘산업의 개발·육성’을 기관의 목적 가운데 가장 앞에 두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공급·관리도 주요한 목적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이같은 발상 전환은 산은이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로 변신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들어 이동걸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혁신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 플랫폼을 발굴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산은 내부 조직개편과 역할 조정에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 완전히 손을 떼고, 그 대신 혁신성장 기업지원 등 신산업육성에 집중토록 하는데 방점을 둔 선택이었다. 실제 최근 산은은 관리하고 있던 140여개의 구조조정 기업들을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에 전부 이관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7월 15일 출범한 산은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은이 재무적 구조조정은 잘하지만 부실 처리 후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며 “전문성 갖춘 KDB인베스트먼트를 출범시킨 만큼 순차적으로 산은 관리 아래에 있는 기업들을 다 넘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도 구조조정 조직을 축소하고 혁신기업 육성에 더 많은 인력을 투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지난 7월 23일~24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던 '넥스트라이즈'는 이 회장이 예고한 산은의 역할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산은이 주최한 넥스트라이즈는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축제를 지향하는 행사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생애주기별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주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 회장이 “넥스트라이즈는 전담팀을 만들어 혁신기업 성장을 위한 소통의 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소개할만큼 향후에도 공을 들이게 될 스타트업 이노베이션 축제다.

이번 행사에는 해외 혁신기업가들의 릴레이 강연을 포함해 대기업, 벤처캐피털(VC)이 참여한 1대1 상담, 투자자·대기업과 교류 기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또, 200여개 벤처·스타트업이 전시 부스를 설치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산은에 따르면 올해 첫 개최였음에도 대기업, VC, 스타트업 등의 1대1 미팅만 820여건이 성사됐다. 이 회장은 넥스트라이즈를 미국의 'CES', 스페인의 'MWC'와 같은 한국의 혁신성장을 상징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행사 정례화까지 내다 본 산은은 코엑스 행사장 5년치를 선 예약했다는 후문이다.

산은의 혁신 플랫폼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기술 사업화·혁신형 M&A 지원을 위한 'KDB TechConnect Day'와 시장형 벤처투자 플랫폼인 'KDB NextRound'도 운영하며 국내 벤처기술금융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선 지난 7월 16일엔 산은 본점 1층 IR센터에서 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투자 및 M&A 활성화를 위한 'KDB TechConnect Day'가 열렸다.

'KDB TechConnect Day'는 산은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새로운 사업분야의 진출을 꾀하는 중견기업과 사업적 확장을 희망하는 기술벤처간의 협력 기회를 제공하는 기술혁신창업생태계 지원 플랫폼이다. 2018년 중 총 7회가 개최돼 314개 기업이 참여했고 2019년에는 이번이 3번째로 총 5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KDB TechConnect Day'에서는 산업은행이 발굴한 기술벤처기업들이 개방형 혁신을 희망하는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투자 또는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신성장동력 발굴을 희망하는 11개 중견기업과 전략적 투자 유치 또는 매각 수요가 있는 37개 기술벤처기업이 참여해, 전략적 제휴를 위한 상담이 진행됐다. 

지난달 28일엔 수도권 벤처캐피탈, 지역 혁신벤처생태계 유관기관, 지역소재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KDB 넥스트라운드(NextRound) in 아산' 지역 스페셜라운드를 개최했다. 지난해 부산, 목포, 광주, 대구와 금년 제주, 춘천, 울산, 여수에 이은 9번째 행사였다.

'KDB 넥스트라운드'는 산은이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성장의 주역인 벤처기업에게는 투자유치 기회를, 투자자에게는 우량 투자처 발굴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자리다. 2016년 8월 출범한 대한민국 대표 벤처투자플랫폼으로 이번 아산라운드까지 총 283라운드를 열어 1027개 벤처기업이 IR을 실시했고, 그 중 180개 기업이 약 1조원 이상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산은은 올해를 'KDB 넥스트라운드' 브랜드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4차산업 혁명시대 '연결을 통한 도약'으로 설정했다. 지역-수도권-글로벌생태계를 연결하고, 스타트업 - 중견기업 - 대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대한민국 혁신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해 정부가 추진중인 제2의 벤처붐 조성에 기여하겠다 목표를 세워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산은의 역할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혁신기업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취임 초부터 강조해왔는데 한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3년의 임기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며 "기업 육성은 1~2년 내 결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만큼 이동걸 회장 임기 내 빛을 못 보더라도 산은의 역할 제고 측면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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