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거지는 노조 리스크] 노조 파업에 피해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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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불거지는 노조 리스크] 노조 파업에 피해 ‘눈덩이’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8.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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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만 매년 1조3000억원대 달해
르노삼성, 지난해 60여 차례 이어진 파업으로 3000억원 손실
현대중, 노조에 파업 손해액 92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지난 21일 오후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열린 '울산 총파업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노동개악 중지 문구가 적힌 부채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열린 '울산 총파업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노동개악 중지 문구가 적힌 부채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자동차·조선 등 주요 제조업 노동조합이 본격적인 하투(夏鬪·여름투쟁)에 돌입하면서 노조 리스크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파업으로 회사의 피해액은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5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2012∼2016년 사이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 차량은 34만2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생산손실 금액은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후 사측은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2017년 24차례, 지난해 2차례에 걸친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총 2조1400억원의 손실이 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현대차는 7년 동안 파업에 따라 총 9조4400억원 규모, 연평균 1조3485억원의 생산 차질을 본 셈이다.

1987년 출범한 현대차 노조는 1994년, 2009년, 2010년 2011년 등 총 4개년을 뺀 나머지 28개 생산연수에서 모두 파업을 단행했다. 1993년과 IMF 직후인 1998년에는 최장기간인 36일 동안 전면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노조의 파업은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완성차업체 대부분이 매년 임단협이나 임협(임금협상)이 시작되면 반드시 파업을 거치는 패턴을 반복해오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역대 최장기간 파업으로 막대한 생산 차질을 빚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60여 차례 이어진 부분 및 전면파업으로 입은 손실만 3000억 이상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회사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연간 10만대 수준인 닛산 로그 생산 물량이 6만대로 줄기도 했다.

한국GM도 매년 반복되고 있는 노사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대내외 악재에도 여론을 무시한 채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20일과 21일, 23일 세 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오는 28일까지는 잔업·특근을 거부하기로 했고, 노조 간부들은 26~28일에도 하루 4시간씩 파업하며 투쟁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해 6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GM은 이번주부터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를 연이어 국내에 출시하기로 하며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이 같은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GM의 줄리안 블리셋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1일 인천 부평 한국GM 본사와 22일 경남 창원 사업장을 연달아 방문해 임직원과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반복되는 노조의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능력은 1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생산능력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 2.5% 줄었다.

국내 자동차 생산능력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455만5000여대였던 생산실적은 지난해 400만대선을 위협했다. 글로벌 생산 대수 순위는 2016년 인도에 밀리고 지난해 멕시코에 마저 추월당하며 7위로 떨어졌다.

조선업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조는 매년 파업을 벌이고, 회사는 고스란히 생산 차질에 대한 손실액을 떠안고 있다. 결국 이를 참다못한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조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 23일 노조에 대해 9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지난 5월부터 한 달여간 이어진 노조의 파업으로 손해를 입은 금액이 9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우선 지난 5월 회사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조가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불법 점거해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식당 영업을 방해하고, 한마음회관 내 유리문과 CC(폐쇄회로)TV 카메라 등을 파손해 9억원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파악했다. 또 회사 측은 주주총회 이후에도 노조가 이달 7일까지 파업을 이어가면서 83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을 빚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 등으로 인한 피해액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면서 “이같은 손실액도 문제지만, 노조의 파업이 늘어날수록 글로벌 경쟁력도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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