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파생폭탄 돌리기’…“이제 시작” 불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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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파생폭탄 돌리기’…“이제 시작” 불안 가중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08.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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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포함 파생결합증권 잔액 총 115조1534억원
기초자산 ‘쏠림현상’ 여전…대외 이벤트 발생 시 지난 2015년 대규모 손실 사태 재연 가능성↑
전문가, “공급자·수요자 모두 수익 쫓기 혈안…제대된 상품 리스크 인지했나 의구심”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파생상품 투자로 수천억 손실이 확실 시 되는 가운데, 이미 발행 돼 있는 나머지 파생상품들도 잠재적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를 포함한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총 115조1534억원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ELS가 55조1768억원으로 가장 많고 기타 파생결합사채(DLB)와 주가연계형 파생결합사채(ELB)가 각각 21조8151억원, 19조3119억원을 차지한다. 최근 논란이 된 DLS 잔액도 18조7935억원이나 남아 있다. 이들 상품은 다양한 자산과 연계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를 가진다. 금리뿐만 아니라 유가, 주가지수, 환율, 종목, 신용사건 등을 기초 자산으로 상품구조가 설계된다.

문제는 특정자산에 대한 쏠림현상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익숙한 ELS도 마찬가지다. 최근 1년간 발행된 ELS의 기초자산을 살펴보면 유럽지수(EUROSTOXX50)가 58조0234억원, 중국지수(HSCEI) 50조9006억원, 미국지수(S&P500)가 47조391억원으로 1~3위에 자리하고 있다. 지수로 구성된 ELS의 경우 상대적으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보단 변동성이 낮지만 대외 이벤트에는 여전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미 ELS의 경우 지난 2015년 중국증시 폭락으로 수 조원의 손실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기초자산을 쏠림을 예방하고자 2년간 총량규제를 실시했지만 일몰 이후 유럽지수 중심으로 기초자산 쏠림이 심화하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 한 파생상품 트레이더는 “현재 업계에서 일반인에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가장 보편화 된 ELS 경우에도 현재 중국과 홍콩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지난 2015년처럼 대규모 원금손실진입(녹인) 우려가 재부상할 수도 있는데 투자자들이 이를 인식하고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경고했다.

ELS·ELB의 경우 국내 상위 10개사에서 대부분 발행되고 있다. 증권사별로 최근 1년 기준 △미래에셋대우(13조9176억) △삼성증권(10조5850억원) △KB증권(10조4485억원) △ 한국투자증권(10조4106억원) △NH투자증권(7조9128억원) △신한금융투자(6조6947억원) △하나금융투자(6조5498억원) △메리츠종합금융증권(5조5895억원) △신영증권(4조8436억원) △키움증권(3조2323억원) 순으로 상위 10개사의 발행비중이 압도적이다.

파생상품이 손실 나더라도 증권사가 손해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레이더를 보유해 매수·매도 포지션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는 대외 이벤트 발생 시 자체 헤지를 통해 위험자산에 대한 청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투자자의 경우 설계된 상품 구조 그대로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일정 조건에 따라 정해진 상환시점까지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를 떠안아야 한다. 일부 트레이더가 일반인의 파생상품 투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또 다른 파생 트레이더는 “현업 트레이더도 예측하기 힘든 파생상품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며 “단순히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고 공급자(은행·증권사)도 수요자도 리스크에 대한 제대로 된 인지 없이 투자가 성행하고 있는데, 최근 DLS 사태처럼 파생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이 굉장히 많은데, 이들 상품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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