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식 KDB생명 매각에 시장반응은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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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식 KDB생명 매각에 시장반응은 냉담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8.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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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임원 선임‧매각 성공시 성과급 제시…혈세 낭비 논란 지속
보험업황 악화‧IFRS17 도입 추가자본 필요…매각 회의론 우세
이동걸 산업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이미 세 차례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보험을 매물로 내놨다. 이 회장은 KDB생명 경영진에게 매각 성공을 전제한 총 45억원 규모의 파격적인 성과보수 조건까지 내걸어 매각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어려운 보험업황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이 예정돼 있어 회의론마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투자자문사 등을 대상으로 KDB생명 매각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접수해 검토한 뒤 KDB생명 매각주간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일회계법인을 공동 선정했다. 매각 공고는 매도자 실사를 거친 후 내달 말에서 10월 초에 가능할 전망이다.

산은은 네 번째 시도인 KDB생명의 매각을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KDB생명은 산은이 2010년 인수한 금융자회사(옛 금호생명)다. 산은은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총 세 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번 가격 차이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올해 KDB생명 투자자들이 매년 1년씩 연장해 온 펀드에 대한 회의적 의견을 토로한 만큼 산은으로써는 이번 매각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은 KDB생명이 매각에 성공하면 KDB생명 경영진에게 총 45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인센터브까지 내걸었다. 산은은 매각 가격에 따라 사장에게는 5억에서 최대 30억원을, 수석부사장에게는 사장의 50%(2억5000만~15억원)를 성과보수로 제시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성사보수를 높여서라도 매각을 성사하려는 이 회장의 강력한 매각 의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공공기관인 산은이 보유한 기업에 이 같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인센티브는 결국 국민이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KDB생명에는 인수, 유상증자 등 총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황이다. 매각 성공 자체로 최소 7억5000만원 규모의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그간 KDB생명 경영부실에 따른 책임을 다시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이 회장은 매각 성공을 위해 백인균 산은 경영관리부문장을 KDB생명 부사장으로 이동시켰다. 백 부사장은 산은에서 벤처캐피탈, 인수합병(M&A), 투자금융(IB), 사모펀드(PE) 등 여러 업무를 두루 거쳤다. 백 부사장은 시장과의 소통채널이 많은 인사로 꼽힌다. 보험시장과의 소통채널을 강화해 악성매물로 거론되는 KDB생명에 대한 회의론적인 시각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보험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제도 변화, 세제와 수수료 체계 개편, 가계의 부채 부담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약 증가,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환경 변화 등은 보험산업의 성장세를 위축시킨다. 많은 산업 매물 중 보험 매물인 KDB생명을 사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KDB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어 신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2022년 도입되는 IFRS17은 장부상 부채 인식 기준이 변경돼 보험사들은 대규모의 자본확충을 이미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 신규계약에 따른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매물로써의 가치가 없다는 평가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안에 KDB생명의 인수자가 국내에서 나올지 모르겠다”며 “2022년 IFRS17 도입 후에는 보험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 지금보다 많은 매물이 좋은 가격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아무리 포트폴리오상 당장 보험업계가 부족하더라도 2022년까지는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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