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인가 ‘아집’인가… 지뢰 제거사업 밀고 나가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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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인가 ‘아집’인가… 지뢰 제거사업 밀고 나가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08.01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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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교 출신 등 사업 관련 인력 속속 영입
병원·교회 건축 등 틈새사업으로 공략 계획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사진=서희건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사진=서희건설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지뢰 제거사업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한때 주가를 띄우기 위한 단순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세간의 의심을 받기도 했으나 최근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관련 사업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사업이 언제쯤 궤도에 오를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법안의 개정을 차치하더라고 통일이 전제돼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렇다 보니 이 회장의 선택이 ‘뚝심’인지 ‘아집’인지 평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지난 5월 군 장교(중령) 출신을 부장으로 영입했다. 해당 부장은 육군 공병 출신으로 지뢰 제거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도 서희건설은 사업과 관련해 고문을 담당할 임원을 비롯해 전문 인력을 지속해서 영입할 방침이다. 

인력 충원과 함께 지뢰 제거사업 전담반을 정식 사업 부서로 승격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기존에 다른 부서에서 차출됐던 인원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부서원 없이 부장만 홀로 지뢰 제거사업 부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더욱이 인원을 늘리겠다는 지침만 있을 뿐 여전히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인원 구성과 장비 구매 계획 등 대략적인 청사진도 마련되지 않았다. 1년 넘게 사업 추진 의지를 공표한 것을 고려하면 너무 더디 가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한 게 있다면 사업 추진의 진정성 정도다. 서희건설은 올해 6월 창립된 한국지뢰안전협회에 고동진 전무가 운영자문위원으로 안현철 개발사업본부장, 여춘구‧이병선 부장은 일반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서희건설과 여러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이성수 제영산업개발 회장은 한국지뢰안전협회에서 고문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던 당시 지뢰 제거사업 추진하겠다고 발표, 주가가 요동치던 시기에 이 회장이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보고 조사를 진행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서희건설이 지뢰 제거사업을 억지춘향식으로 추진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서희건설은 언제 추진될지 기약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의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설령 법이 개정되고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서 사업이 추진된다고 해도 지뢰 제거사업의 수익성이 그다지 크지 않을 거라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2016년 기준 한반도 전체 지뢰 매설 추정지역은 약 6억6118만㎡(합동참모본부 집계), 매설량은 약 200만 발에 달한다. 공공사업의 특성상 애초 수익성이 높지 않은 데다 사업의 규모상 수많은 업체가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한국지뢰안전협회만 봐도 서희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해 20여개 업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뢰 제거사업에 대한 위험성과 수익성을 저울질해보면 이 회장의 선택에 의문 부호가 찍히는 이유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평안남도 평양 출신이다 보니 남북 경제협력에 애정이 남다르다”면서 “이에 따라 지뢰 제거사업은 단순히 이윤추구라는 가치 중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뢰 제거사업은 통일 이후를 내다보고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이라며 “그동안 서희건설은 학교나 병원, 교회, 지역주택조합 사업 등 다른 건설사들이 피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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