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일·불매 좋지만 ‘비창조적인 흥분 상태’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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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일·불매 좋지만 ‘비창조적인 흥분 상태’ 말아야
  • 박효길 기자
  • 승인 2019.07.3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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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최근 일본의 보복성 무역제재로 촉발된 반일,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말과 행동으로 애꿎은 피해가 생기는 일은 경계하자.

오는 8월2일 일본 정부는 각회(회의)를 열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미 결과는 예고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기존 입장을 뒤집는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일 경제전쟁까지 비화될 우려마저 나온다.

벌써부터 '일본 관광 안 가기''일본 상품 안 사기' 등 불매운동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한 일본 브랜드의 경우 점포 앞에서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지 구경하면서 경계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7월1일부터 25일까지 일본맥주의 판매량은 6월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주류수입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입맥주 시장은 18.2%나 성장했지만, 수출규제 이전 아사히의 판매량은 0.8%나 줄어 수출규제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만큼 앞으로의 수치는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를 넘어 일본어 사용 등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는 등 과격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게임, 만화 등 대중문화에 일본의 영향은 지대하다. 일본 문화에 취향을 두고 있는 사용자들은 기존에 자연스럽게 일어로 된 별명 등을 쓰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매국노’‘친일파’ 등 과격한 언사를 하는 경우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종종 목격되고 있다.

이렇게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언행으로 보인다. 일본 상품을 쓰지 말자고 권할 수는 있겠으나 일본어를 쓴다고, 일본 상품을 샀다고 친일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불매운동을 권하는 좋지만 하지 않는다고 비난해서는 곤란한 일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비창조적 흥분 상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책에서 국가란 물리적 강제력이 수단이 합법적이고 정당화되는 유일한 공동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치가의 손에 쥔 가장 중요한 수단은 타인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이다. 정치가는 비창조적인 흥분 상태가 아닌 대의에 대한 뜨거운 확신이지만 책임감이라는 자질로 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자 개인은 직업으로서의 정치가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개인은 정치를 하는 만큼 이 말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몇몇 구성원이 비이성적인 광기에 빠져들면 공동체를 위협하게 된다. 비창조적인 흥분 상태를 경계하자. 불매운동은 하되 남이 하지 않는다고 욕하지 않는 게 출발이 될 것이다.

담당업무 : 게임, 인터넷, IT서비스 등
좌우명 : 꼰대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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